중국에서 당나귀 가죽으로 만든 약재가 인기를 끌면서 전세계 당나귀 개체수가 급감, 아프리카와 브라질 등이 당나귀 가죽 거래 금지를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55개 국가로 구성된 아프리카연합(AU)은 지난달 당나귀 도살과 당나귀 가죽 수출을 15년간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고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 보고서의 권고사항은 내년 2월 AU 총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전세계 당나귀의 약 3분의 2가 아프리카에 있으며, 특히 에티오피아는 그 중 1천만마리 이상이 살고 있다. 이미 앞서 탄자니아와 코트디부아르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당나귀 가죽 거래를 금지했다. 2020년 케냐에서는 중국이 소유한 당나귀 도살장 4곳에 대한 절도가 증가해 폐쇄됐다.
브라질에서도 최근 당나귀와 말의 도살을 금지하는 법안이 현지 농업·환경위원회를 통과했다.
중국에서 당나귀 가죽과 내장 등을 고아 굳힌 아교인 '어자오'(阿膠) 인기를 끄는 바람에 당나귀가 잔인하게 도살되고, 당나귀가 중요한 생계 수단인 가난한 나라 주민들이 당나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전통 중의학에서는 어자오가 성(性) 능력을 증진시키고 미용과 노화 방지 등에 효과가 있다며 약재로 널리 사용해왔다. 어자오는 과거 '황제의 약'이라 불릴 정도로 귀한 대우를 받았는데, 중국 부유층 증가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중국 산둥어자오산업연합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어자오 시장은 2013년 196억위안(약 3조6천억원)에서 2020년 535억위안(약 9조8천억원) 규모로 커졌다.
1992년 이후 중국 당나귀 수가 80% 가까이 감소하자 중국은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지로부터 당나귀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시드니대 로런 존스턴 부교수가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문제연구소의 의뢰로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어자오 수요를 충당하려면 연간 500만마리 이상의 당나귀를 필요하며 이는 전세계 당나귀 개체수의 약 10%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약 200만개의 당나귀 가죽만 생산할 수 있고 나머지 300만개의 가죽은 수입하고 있는데 그중 25∼35%가 영세 농부로부터 훔친 당나귀라는 것이다.
존스턴 부교수는 일부 전문가들이 중국의 높은 당나귀 가죽 수요 때문에 가난한 국가 사람들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동물인 당나귀의 가용성이 떨어지게 됐다 지적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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