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스테이지엑스)가 신규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되면서, 22년 만에 이동통신 4사 시대가 열린다.
정부에서는 통신 시장의 '메기' 역할을 기대하는 가운데,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는 50라운드 다중라운드 오름입찰 방식의 1단계 경매와 밀봉입찰 방식의 2단계 경매를 거쳐 4천301억 원에 5세대 이동통신(5G) 28㎓ 대역 주파수를 낙찰받았다.
SK텔레콤[017670]이 신세기통신을 조건부 합병한 2002년 1월 이후 '이동통신 3사' 구도로 짜인 국내 통신 시장에 22년 만에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이동통신 3사 체제는 시장의 안정성과 규모의 경제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경쟁 활성화 측면에서는 뒷걸음을 쳤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돼왔다.
이에 정부는 2010년∼2016년 제4이동통신사 유치에 일곱 차례 나섰으나 재무 요건 미달 등을 이유로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업계에서는 통신사업에 대한 허가제 진입 규제를 허물고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경쟁 촉진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투자 비용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정착에 최대 걸림돌이라는 점을 고려해 한시적인 세제 혜택과 함께 약 4천억원 규모 정책 금융을 제공한다.
기존 기간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를 공동 이용(로밍)해 일반 모바일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통신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례적"이라면서 "정부가 신규 이동통신사업자를 들여오겠다는 생각이 커 보인다. 급한 나머지 웬만한 것들은 눈감아주고 넘어간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동통신 3사가 사업화에 실패한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만큼, 새 이동통신사업자 출현이 실제 시장 경쟁 활성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28㎓ 주파수 대역은 초고속 5G 서비스가 가능한 대신, 장애물을 피해 멀리까지 도달하는 회절성이 약해 기지국을 많이 세워야 하는 단점을 갖고 있다.
통신 3사가 정부의 독려에도 할당 조건이었던 기지국 1만5천 대의 10% 수준을 구축하는 데 그친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신규 이동통신사업자에 이른바 '황금 주파수'로 꼽히는 1∼6㎓ 사이 중대역 할당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단기 경쟁력' 확보를 전제로 한다.
스테이지엑스도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우선 초점을 맞추겠다고 한 만큼 제4이동통신사 출범 효과를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정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스테이지엑스가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로 꼽힌다.
스테이지엑스는 재무적 투자자로 신한투자증권 등이 참여하면서 상당 규모의 '실탄'을 확보했다는 입장이지만, 많게는 조 단위까지 예상되는 설비 구축 비용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주파수 할당 대가가 2018년 통신 3사의 주파수 할당 당시 낙찰가인 2천72억∼2천78억 원의 2배 이상으로 뛰어오르면서, 기지국 구축이나 네트워크 공동 이용 대가 협상, 단말기 수급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할당 대가가) 이미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망을 구축하는 데도 수천억 원이 들어가고 상용화를 하려면 자금이 순차적으로 들어간다"면서 "스테이지엑스가 현금창출능력이 없음에도 이런 스텝을 밟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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