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달 예상 밖 상승을 보인 여파로 뉴욕증시가 일제히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인플레이션 둔화를 기대할 만한 지표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투매로 주식, 채권 등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현지시간 13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8.67포인트, 1.37% 하락한 4,953.17로 5천선을 사흘 만에 내줬다. 금리 영향을 크데 받은 기술주들로 인해 나스닥은 286.95포인트, 1.8% 내린 1만 5,655.60에 그쳤고, 다우지수는 524.63포인트, 1.35% 빠진 3만 8,272.75를 기록했다. 중소형주를 대표한 러셀2000 인덱스는 하루 만에 3.96% 폭락한 1,964.17로 연초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비자, 마스터, 디즈니, GE 등 몇몇 종목이 반등에 성공했지만 매그니피센트7을 비롯한 기술주가 크게 부진했다. 이날 하루 마이크로소프트가 -2.15%, 애플 -1.13%, 테슬라 -2.19% 내렸고, 은행주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59%, 화이자 -2.5%, 보잉이 -2.33%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미즈호증권과 UBS가 목표주가를 각각 825달러, 850달러로 상향조정 하는 등 낙관적 기대가 이어지며 낙폭을 크게 줄였다. 이날 엔비디아는 -0.17% 내린 721달러선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 시장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이날 지표 발표 직후부터 가파르게 올라온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15.2bp 폭등한 4.322%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하루 만에 0.7% 치솟아 104.775로 105포인트를 눈앞에 뒀다.
● 1월 근원 소비자물가 예상 넘은 0.4%…주거비 뺀 '슈퍼 코어'가 더 문제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한 달간 0.3%, 전년대비 3.1%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인 전월대비 0.2%보다 높고, 연간 기준으로도 2.9%를 기대한 시장 전망을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의 핵심 지표인 근원 소비자물가는 오히려 상승폭을 키워 금리인하 시점이 더 미뤄질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에너지와 식품 등 가격을 제외한 1월 근원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4% 올라 예상치인 0.3%는 물론 전월 기록인 0.2%를 대폭 상회했다. 1년 전과 비교한 상승폭은 3.9%로 예상치 3.7%를 웃돌았다.
노동통계국은 주거비의 이번 상승분은 1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1월 주택 외 숙박 지수는 1.8% 상승했다. 지난달 0.2% 상승으로 둔화하던 식품 가격도 한 달간 0.4% 상승으로 돌아섰고, 자동차 보험은 한 달 만에 1.4%, 1년간 20.6% 뛰었다.
반면 중고차 가격이 3.4% 내리고, 휘발유 가격은 3.3% 하락해 일부 상승분을 상쇄했다.
주택소유자의 주거 비용을 임대료로 환산한 '자가임대료(OER, Owners' Equivalent Rent) 지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OER은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0.4% 상승한 뒤 1월들어 0.6%로 상승폭을 키웠다. 부동산조사업체 레드핀(Redfin)에 따르면 미국의 단독주택 중위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대비 3.7% 증가한 41만 7,705달러를 기록 중이다.
근원 인플레이션에서 주거비를 제외한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은 시장을 더욱 놀라게 했다. 해당 지표는 서비스 물가들만으로 전월대비 0.9%가 올라 202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산탄데르 캐피털 마켓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스탠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라면서 "이것은 새로운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주노는 "오늘의 CPI 보고서는 견조한 노동 시장으로 인해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연준의 우려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BMO (Bank of Montreal) 역시 이날 지표 발표 이후 보고서에서 "1월의 매우 나쁜 인플레이션 지표"라며 "올해 공격적인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전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 '깜짝 실적' 리프트 시간 외 폭등…빌 게이츠의 WM도 5% 강세
미 차량공유업체인 리프트는 이날 깜짝 실적을 공개한 뒤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60% 가까운 상승을 기록했다.
리프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4% 증가한 12억 2천만 달러로 LSEG가 집계한 시장 예상과 동일했고, 주당순이익은 18센트로 전망치인 8센트를 상회했다. 핵심 지표인 리프트의 분기 총예약은 37억 2천만 달러로 4.7% 증가했다.
데이비드 리셔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자료를 통해 연간 라이더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리프트의 4분기 승객 운송 횟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1억 9,100만 건, 활성 운전자 수는 10% 증가한 2,240만 명으로 집계됐다.
리프트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처음 연간 잉여현금흐름에서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예상 총 예약은 35억 달러에서 36억 달러, 세금 등을 제외한 조정이익은 5천만 달러에서 5,500만 달러로 제시했다.
이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미국 최대 쓰레기 수거기업 웨이스트매니지먼트는 이날 5.96% 강세를 기록했다. 4분기 매출 52억 달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정주당순익은 1.74달러로 컨센서스를 13.7% 상회했다.
웨이스트매니지먼트는 수거, 매립, 재활용 등 사업 부문을 바탕으로 한 미국 3대 업체로 게이츠&멀린다재단 신탁을 통한 투자 주식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버크셔해서웨이, 캐나다국영철도에 이어 투자 비중 4위에 올라 있다.
코카콜라도 이날 양호한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0.59% 하락에 그쳤다. 코카콜라가 공개한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7% 증가한 108억 5천만 달러로 월가 예상치 106억 8천만 달러를 상회했다. 주당순이익은 49센트로 시장 전망과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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