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에서 배우 손석구의 어린 시절로 등장한 아역 배우가 손석구를 빼닮아 단 몇 분 나오고도 큰 화제를 모았다.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똑같이 생긴 배우를 찾았냐'며 시청자들은 궁금해했다. 이창희 감독은 작품 공개 후 인터뷰에서 장난감(손석구 분) 형사의 과거 장면은 손석구의 어린 시절 사진에서 딴 얼굴을 아역 배우에게 덧씌운 결과물이라며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얘기한 분들도 있었지만,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 기술이 방송가에 전면 등장하고 있다.
'살인자ㅇ난감'은 모든 등장인물의의 과거 장면을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었다. 이탕의 숨은 조력자 노빈(김요한)의 과거 시절, 불법 촬영 피해자 최경아(임세주)의 성형 전 모습 등이 딥페이크 기술로 영상화됐다.
지난달 종영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도 극중 '국민 MC' 송해를 부활시키기 위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했다. 드라마는 조용필(지창욱)과 조삼달(신혜선)이 어린 시절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진행자 송해는 젊었을 때 모습 그대로 등장해 주인공들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
JTBC는 "1994년의 '전국노래자랑' 영상을 모아 AI를 학습시켜 송해 선생님을 다시 무대 위에 세웠다"며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한 국민 MC로 남아 있는 그를 재현해 시청자들과 그 그리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일념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제작비가 나날이 늘어나는 미디어 업계에서 딥페이크 활용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제작사 PD는 "아직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하는 비용이 보조출연자 인건비보다 더 비싸지만, 기술이 좀 더 발전해서 접근성이 좋아진다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의 아역 시절, 노년 시절뿐 아니라 위험한 액션 장면에서도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며 "대역 배우의 연기에 배우의 얼굴을 덧씌우면 몰입감도 높이고, 작품성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리적 이유로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에서의 배우 파업도 가상 배우들의 연기 장면을 만드는 데 쓰이는 CGI(컴퓨터 생성 이미지) 기술에 배우가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유명 배우 톰 행크스는 "이제 누구나 AI,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영상에 합성) 기술로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며 "내가 내일 버스에 치여 크게 다치더라도 내 연기는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김명주 교수(바른AI연구센터장)는 "지금은 딥페이크 기술의 경제성이 떨어져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2∼3년 안에는 방송가에서도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아직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영상들은 '신기하다', '흥미롭다'는 반응을 끌어내고 있지만, 더 만연해지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거부감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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