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병원을 대거 이탈한 지 일주일째를 맞은 가운데, 대전에서 응급실을 찾아 헤매던 80대 심정지 환자가 결국 사망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정오께 의식 장애를 겪다 쓰러진 80대 여성 A씨가 53분 만에 대전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옮겨졌으나 도착 직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간 A씨는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단체행동 첫날인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한 구급대 지연 이송 건수는 모두 23건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1시께에 40대 남성이 경련을 일으켜 구급차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의료진 파업 등 사유로 병원 8곳으로부터 수용 불가를 통보받은 뒤 37분 만에야 한 대학병원에 이송됐다. 전날에는 30대 외국인 여성이 복통과 하혈 등의 증세로 구급차로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 14곳에서 거부당해 3시간 만에야 대학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환자들의 불편 사례가 쌓여가는 만큼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체력 역시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병원 측은 비응급 수술 일정을 뒤로 미루며 최대한 응급 수술에 차질이 없도록 조처하고 있다.
그런데도 응급실, 암 병동, 중환자실 또한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보다 수술 대기 기간이 전반적으로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 병원들의 설명이다.
전공의 이탈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을 위해 병원으로 와야 할 신규 인턴들의 임용 포기, 전공의의 자리를 메우고 있는 전임의들의 재임용 포기 마저 속출하면서 의료현장의 위기감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복귀 마지노선을 29일로 제시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본부장 국무총리) 회의를 주재하며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게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며 "29일까지 여러분들이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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