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주목하는 'K-술'의 시대…취할 준비

입력 2024-04-0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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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취하면 더 맛있는 우리술 이야기

소맥 시대가 저물고 뭐든 말아먹는 '믹솔로지(Mixology)'와 'RTD(Ready To Drink)'의 시대가 왔다. 주류업계는 앞다퉈 전통주 하이볼을 출시하고, 입소문 난 우리술은 출시일이면 오픈런이 벌어진다. 《취할 준비》는 이처럼 뜨거운 우리술의 인기에 발맞춰, 지금껏 여행기와 인문서 사이에 머물러 있던 우리술 책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나 세계가 주목하는 'K-술'의 달라진 위상과, 그 술에 열광하는 요즘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솔직하게 담아냈다.

술 냄새 풀풀 나는 일터를 가진 저자이지만, 말술을 들이켤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그의 주량은 겨우 소주 석 잔이다. 제철 안주를 찾아 낚싯배에 몸을 싣고, 산골짜기에 은둔한 명인을 쫓는 기자의 주량치고는 너무 약소한가 싶지만, 술을 향한 그의 열정과 탐구 정신을 따라가다 보면 주량은 아주 사소한 것처럼 느껴진다. 애주가에게는 오직 취하고자 하는 마음, '취할 준비'가 필요할 뿐이니 말이다.

● 출판사 서평

30도를 훌쩍 넘던 초록병 소주의 도수는 25도, 21도를 지나 16도 대에 안착했다. 이마저도 언제 깨질지 모를 정도로 낮은 도수를 선호하는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것이 바로 전통주다. 코로나19 이후 2030세대를 강타한 위스키 열풍을 고스란히 이어받으면서, '아재'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우리술이 젊은 층에서 더욱 다채롭고 고급스럽게 소비되는 추세다. 이는 2021년 941억 원에서 2022년 1,629억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한 전통주 산업 규모(국세청 통계 기준)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낮아지는 소주 도수가 증명하듯 지금 이 세대는 과거 어떤 세대보다 낮은 도수를 마신다. 기성세대에게는 한없는 '알쓰 세대'이지만, 이들은 술 정보가 담긴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직접 양조장을 찾아 술을 빚으며, 그 경험들을 SNS에 공유하는 등 그 어떤 세대보다 다양하고 진지하게 술을 향유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류 열풍이 바꿔놓은 주류 트렌드로 인해 이제 우리술은 해외 소도시 소형 마트의 냉장고에서도 어엿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소주의 도수는 낮아졌지만 열정의 온도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자이자 전통주 소믈리에로 가장 핫한 곳에서 소셜 술 모임을 주도하는 이 책의 저자는 공교롭게도 '알쓰' 그 자체다. "회사에서 술을 제일 못 마시니 일만 하고 올 것 같다"는 부장의 말에 엉겁결에 우리술 취재를 맡았을 정도로 소문이 자자한 그의 주량은 고작 소주 석 잔. 저자가 몸담고 있는 《농민신문》은 '농협'이 발행하는 매체로, 국내에서 우리 농산물로 만드는 우리술을 취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을 것이다.

오지를 돌며 다양한 취재원을 만날 수밖에 없는 저자의 업무 환경 덕분에 이 책에는 가장 최신의 정보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취할 준비》에는 새로운 시대의 술꾼이자 술 문화 생산자/향유자로서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장면들이 에세이 형식으로 펼쳐진다. 특히 본문을 관통하며 정보를 전하는 〈취하기 전에 알아야 할 우리술 상식〉은 누구나 궁금했을 우리술의 기초 정보를 쉽고 간결하게 제공한다.

● 취하기 전에 알아야 할 15가지 우리술 기본 상식

막걸리? 전통주? 초록병 소주는 왜 우리술이 아닐까? 우리술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할 시간!
흩어져 있던 우리술 정보를 알기 쉽게 모았다. 우리술의 정의. 쌀, 차조, 보리, 밀 등 원재료에 따른 우리술 분류 및 제조 과정을 소개하며, 취향에 맞는 우리술을 찾는 방법과 주종에 맞는 우리술 즐기는 법 등을 쉽고 재미있게 안내한다.

알쓰에서 술 전문 기자가 되기까지, 저자가 우리술을 사랑하게 된 배경을 소개한다. 또한 '술찌'라 놀림 받을지라도 술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인 요즘 세대의 소비 심리를 알아본다. 진도 홍주를 구하는 외국인부터 입소문 난 막걸리를 찾아 편의점과 마트를 떠도는 사람들을 쫓아 'K-술'의 현재를 보여준다.

2030 세대에게 술의 성지로 부상한 성수동을 시작으로 재활용 쓰레기까지 뒤져가며 찾아낸 우리술 트렌드! 앞다퉈 출시되는 하이볼과 믹솔로지 시장에서 달라진 '잔술'의 의미는? 술 빚기 원데이클래스와 무알코올 주류의 인기 원인은? 타인의 말보다 한잔의 위스키에서 위안을 얻는 요즘 사람들의 주도(酒道)를 따라가 본다.

예쁘고 맛있는 술,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한 도수의 술, 지금 가장 핫한 우리술 보틀숍 등 SNS를 뜨겁게 달구는 우리술을 소개한다. 물 맑은 산골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술을 빚는 장인들부터 일본, 스코틀랜드 등 국내를 넘어 해외 양조장을 찾아다니며 취재한 최신 정보를 담았다.

책은 사진 찍지 않고는 못 배기는 영롱한 빛깔,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렬한 도수, 술 같지 않은 달달한 풍미 등 우리술이 가진 무한한 매력을 새로운 관점에서 선보인다. 또한 대를 잇는 전통 양조장부터 도심 한복판에서 술을 빚는 신상 브루어리까지, 취재를 통해 선점한 정보들이 다양한 자료 사진과 함께 등장한다. 재활용 쓰레기장부터 해외 양조장을 두루 돌아다니며 '술을 빚는 명인'과 '술을 파는 보틀숍', '술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는 취재기는 오직 현장에서 발로 뛴 저자만이 쓸 수 있는 결과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독자들은 이 신선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생산자-판매자-소비자'로 이어지는 우리술의 최전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취할 준비》는 일을 위해 천성을 거스르며 술을 공부하고, 빚어보고, 마셔보다 결국 술을 사랑하게 된 한 직장인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책은 '술'과 '사람' 사이를 오가고, 때로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젊은 직장인 여성'과 '술을 가장 잘 아는 전통주 소믈리에' 사이를 오간다. 수없이 부딪혔을 술잔과 인연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이처럼 정돈된 정보를 늘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저자가 그중 유일하게 '맨정신'인 사람이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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