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10년물 4.5% 돌파
7월까지 금리 동결 전망 확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주목한 인플레이션 지표가 시장 예상을 깨고 지난달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물가 둔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연준의 금리인하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미 국채금리가 일제히 폭등하고 기술주 등 뉴욕증시 선물은 개장 전 1% 넘게 하락을 기록했다.
● 급등하는 유가, 잡히지 않는 서비스…월가 예상 전부 틀렸다
현지시간 10일 미 노동통계국은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대비 0.4%, 1년 전과 비교해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전월대비 상승폭은 시장 기대치인 0.3%를 웃돌았고, 연간 상승폭은 전월 기록인 3.2%는 물론 시장 전망 3.4%를 훌쩍 뛰어넘은 기록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전월대비 0.4% 올라 월가 전망치 0.3%를 넘어섰다. 최근 가격이 오른 에너지를 제외하고도 강력한 서비스로 인해 지난 2월과 동일한 속도로 물가 둔화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이 극대화됐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세 항목에서도 인플레이션 둔화를 기대할 요소는 보이지 않았다. 헤드라인 지표 상승을 이끈 식품은 +0.4%, 에너지도 전월 대비 +1.1% 뛰었다. 이 가운데 에너지 상품 가격이 5.9%, 가솔린은 6.4% 급등하면서 잠재적인 물가 불안 위험을 키웠다.
시장에서 가장 위험스럽게 여기는 항목은 서비스 부문 지표들이다. 의료 서비스는 0.6%, 교통 1.5% 등 상승폭이 크게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보험료가 전월대비 2.7%나 올랐고, 항공요금도 1.0% 상승을 이어갔다. 고착화하고 있는 서비스 인플레이션 가운데 주거비 항목도 전월과 동일한 상승폭을 이어갔다. 쉼터 항목은 0.6%,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도 0.4%로 변화가 없었다. 이로 인해 주거비와 식품, 에너지를 뺀 슈퍼 코어 소비자물가지수는 2월 3.9%에서 전달 4.8%로 폭등하는 등 물가가 잡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7월까지 금리 동결 전망…제이미 다이먼 '8% 금리' 언급 재조명
월가는 이날 지표 발표로 말 그대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미 국채금리가 지표 발표 직후 폭등하면서 10년물 기준 약 12bp 뛰어 4.5%를 돌파했다. 2년물 국채금리도 17bp 뛰어 4.9%를 상회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연 5%에 근접한 뒤 하락을 이어가던 미 국채금리는 5개월 만에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짙어지면서 미 선물시장도 일제히 충격을 받았다. 나스닥 선물은 한때 1.3% 가량 내린 1만8,124선으로 밀렸고, S&P 선물 -1.19%, 다우선물도 1.02% 내린채 시장을 소화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선물 시장을 바탕으로 집계한 페드워치(FedWath)에서 6월 금리 동결 확률이 82.8%까지 치솟았고, 7월도 62.3%의 확률로 동결할 것으로 나타났다. 9월 금리 첫 인하 기대도 45.9%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앞서 이번주까지 미 연준 인사들은 이러한 인플레이션 지표 반등을 우려한 매파 발언을 쏟아내왔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지금처럼 계속 횡보를 이어간다면 금리인하가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미국 경제가 매우 견고하고, 탄력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 인하가 더 멀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지난 8일 연례 주주서한에서 "연 2~8%에 달하는 광범위한 금리 변동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6% 이상의 장기 금리가 지속될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고 우려한 바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강력한 고용은 금리인하를 미룰 요인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과 동일한 속도로 강세를 이어가면서 이러한 설명은 힘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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