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동맹휴학 중인 가운데 일부 학생들이 다른 학교 의대로 진학하기 위해 '반수'를 준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예과생(1·2학년) A씨도 요즘 이를 고민 중이다. 대학교에 진학한 후 의대 사이에도 엄연한 서열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해서다.
A씨는 21일 연합뉴스에 "의대에 이미 입학한 상태에서 수능에 응시하는 것이라 '밑져야 본전'이고 부담도 덜 할 것"이라며 "주변 동기들도 내색하지는 않지만 몇 명은 대입 재도전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A씨는 올해 수능을 앞두고 탐구Ⅱ 과목 공부에 집중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처럼 휴학 중인 의대생 중 다시 대입을 준비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 의대생들은 수도권 의대 진학을, 수도권이나 '인서울' 의대생은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울산대·가톨릭대 등 '빅5'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것이다.
심지어 서울 소재 의과대학 본과 3학년생인 B씨는 "예과생 중에는 1학년뿐 아니라 2학년 중에도 수능 준비를 다시 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이 더 상위권 의대로 진학하기 위해 수능을 다시 보는 사례는 원래도 적지 않았다. 종로학원의 대학알리미 공시자료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의대 중도 탈락생은 203명이다. 이 가운데 149명(73.4%)이 비수도권 의대 출신이었다. '반수'를 위해 일단은 의대 공부에서 손을 뗀 경우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는 휴학으로 공부할 시간이 많아진 데다 의대 증원으로 상위권 의대의 문이 더 넓어지면서 대입을 다시 준비하는 학생 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학원가는 전망한다.
입학 이후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신입생들이 학교에 느끼는 소속감이나 동기·선배들과 유대감이 적어 다른 학교로 진학할 결심을 하기 더 쉬운 분위기라는 것이 학생들과 학원가의 얘기다.
지난 19일 정부가 내년도 의대 신입생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일부 비수도권 국립대의 건의를 수용해 2천명이던 내년도 의대 증원폭이 최대 1천명까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올해와 비교하면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반수'에 나서는 의대생이 많을 것으로 학원가는 내다본다.
명문대와 의대·치대 등 학생들이 가입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최근 지방 의대 예과 2학년생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쓴 글이 이목을 끌었다.
이 누리꾼은 "올해 11∼12월에 현역 입대를 할 예정인데, 동맹휴학 기간인 1학기에 이어 6월부터는 방학과 군휴학을 이용해 독재(독학 재수)할 생각"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입시학원에서는 의대 소속 반수생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전한다. 성적이 우수한 만큼 독학할 가능성이 큰 데다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휴학하면서 이를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비난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생 반수생들은 집이나 스터디카페에서 혼자 공부하다가 6∼7월께 마무리 정리를 위해 입시학원을 잠시 찾는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상위권 수험생들이 많다는 한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는 "의대생들이 휴학한 김에 한 번 더 수능을 보려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들리지만, 학원을 등록할 때 자신의 현재 소속을 굳이 밝히지 않기 때문에 그 수를 집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기준 교육부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1만8천793명)의 56.5%인 1만623명이 유효 휴학을 신청한 상태다. 이번 주까지 40개 의대 중 30곳이 수업을 재개했으나, 대다수 의대생은 여전히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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