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선물로 아이브 포토카드를 사달라고 해서 온라인으로 주문했더니 '가카'(가짜카드)라며 울고불고 난리네요. '찐카'(진짜카드)는 어디서 구매할 수 있나요?"
직장인 이모(42) 씨는 요즘 걸그룹 아이브의 팬인 초등학교 4학년 딸의 어린이날 선물을 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딸이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같은 앨범을 몇장씩 사고, 레코드샵 '오픈런'을 한 끝에 대기번호를 받아 앨범을 사주기도 했다.
아이돌의 사진을 프린트해 판매하는 '가카'가 아니라 '찐카' 구매 정보를 얻으려고 온라인에 질문을 남기기도 했다.
포토카드는 명함 크기의 아이돌 셀카 사진으로, 앨범을 사거나 아이돌이 모델로 활약하는 브랜드의 음식을 사 먹으면 구할 수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40) 씨도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덕분에 아이돌 문화에 훤해졌다.
아이가 작년엔 뉴진스, 올해는 보이그룹 투어스(TWS)에 빠져 김 씨도 그룹 멤버의 이름을 외우거나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다. 김 씨는 딸을 위한 어린이날 선물로 투어스 앨범을 준비해뒀다.
김 씨는 "나쁜 친구와 어울리며 '이상한 짓'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덕질'을 하는 게 훨씬 더 건전한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한다"며 "딸아이와 함께 문화생활을 하는 것도 일상 속 활력이 돼 즐겁다"고 말했다.
이처럼 요즘 학부모들은 아이돌에 열광하는 자녀들을 나무라기보다는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H.O.T 등에 환호하던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은근히 지원해주는 경향을 보인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최근 아이브나 뉴진스 등 일부 걸그룹이 '초통령' 소리까지 들으며 초등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어린 나이에 콘서트 등 문화적인 경험을 쌓으면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원하는 아이돌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앨범을 수십장씩 사달라고 부모를 조르거나 웃돈을 주고 포토카드를 사는 등 돈을 너무 많이 쓰게 된다는 것은 단점이다.
이는 아이돌 산업을 구축한 음악계에서 앨범 대량 구매를 부추겨서다. 각종 상술로 CD 구매하도록 만들어 집집마다 앨범이 처치 곤란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직장인 한모(45) 씨는 "이제 CD를 들을 방법도 없는데 포토카드 때문에 계속 앨범을 사달라고 한다"며 "아이브 컴백이 반갑지 않을 정도"라고 푸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또래문화 때문에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따라 좋아하고 함께 포토카드를 사는 경향이 있다"며 "무조건 못 사게 하면 금지 대상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니 어린이날에 원하는 것 하나만 골라보라는 식으로 절제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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