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분야의 투자자들이 대만 대신 한국 기업 주식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의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실적 대비 주가가 아직 저렴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매력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와 M&G 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자산운용 등 주요 펀드들이 대만 기업 주가가 너무 올라 더 이상 사기가 어렵다며 대만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한국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에 진출한 와중에도 저렴한 밸류에이션을 나타내 한국 주식 매력도가 높은 상황이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제임스 쿡 투자책임자는 "한국에서 기회가 많기 때문에 대만 투자 비중을 낮추고 있다"면서 "아직 상승기를 타지 못한 비 AI 분야 사업에 대해서만 가격이 반영돼 있어 삼성전자 주가는 TSMC에 비해 기록적으로 싸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 비중이 가장 크다.
TSMC는 엔비디아에 핵심 칩셋을 공급해 AI 테마에 더 직접 노출되어 있지만, 한국 기업들도 많이 뒤처지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AI 프로세서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HBM 칩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도 최근 HBM 생산을 늘리기 시작했다.
AI 기업 주가가 더 오를지 확신할 수 없는 현시점에서 한국 기업의 싼 주가가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대만 주식시장 종합지수인 자취안지수(Taiex Index) 구성 기업들의 향후 순익 대비 주가(멀티플)는 18배로, 코스피 지수보다 거의 두 배나 높다.
TSMC 주가는 연초 대비 65% 올라 멀티플이 20배지만 삼성전자는 11.4배, SK하이닉스는 6.8배에 불과하다.
최근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외국계 펀드는 이달 들어 지금까지 72억 달러 상당의 대만 주식을 순매도 해 2년 만에 최대 순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이 기간 한국 주식은 16억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메모리 칩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것도 한국 기업에 호재다.
인베스코의 아시아 및 신흥시장 부문 이사인 존 펠레그리는 "지난 몇 년간 메모리 분야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서 이제 공급 부족, 가격 회복,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지는 순환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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