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 청산 공포"…하락장 버틸 ETF 피난처는? [엔터프라이스]

정호진 기자

입력 2024-08-05 15:42   수정 2024-08-05 15:42

    4년 5개월 만에 코스피·코스닥 사이드카 발동
    엔 캐리 청산 공포…1990년대 이후 과거 사례 살펴보니
    하락장 피난처, 파킹형·美 장기채·금현물 ETF 등 부각
    <앵커>
    금리가 낮은 엔화를 끌어서, 금리가 높은 국가(미국 등)에 투자하는 것을 '엔 캐리 트레이드'라고 하는데요.

    현재 증시 침체의 배경으로 일본 중앙은행(BOJ)의 금리 인상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 기자, 과거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됐던 사례가 얼마나 있습니까? 당시 시장 영향도 짚어볼까요?

    <기자>
    먼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진행되기 위한 요건들을 살펴보면요.

    우선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을 바탕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해외 투자처가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미국이나 유럽 시장인데요.

    그런데 최근 일본 중앙은행(BOJ)에서 금리 인상과 함께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며, 첫 번째 요건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경계감이 나오는 이유이고요.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최근 30년 기준 다섯 차례의 청산 사례가 있는데요.

    급격하게 청산이 일어났던 건 1998년, 2008년, 2020년입니다.

    이때 모두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줄어들었고,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처럼 자산시장 전반에 타격을 주는 변수가 있었습니다. 앞서 살펴본 요건들이 무너진 거죠.

    1차 청산 당시에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는 시기에 미국 증시는 고점 대비 14%, 유럽은 27% 하락했고요.

    2008년엔 서브프라임 사태,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의 영향으로 캐리 청산 이후로도 S&P500 지수는 40% 넘게 하락했습니다.

    2020년에도 청산이 나왔지만, 각국이 유동성을 완화하며 앞선 사례와 같은 급락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정 기자, 그렇다면 이번에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된다면,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됩니까?

    <기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긴 어려운데요. 업계에선 이전만큼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선 엔화 선물의 순매도 포지션은 2022년말엔 4만 계약이 좀 안 됐는데, 엔/달러 환율이 160엔까지 올라가며 18만 계약을 웃돌았습니다. 외환 시장에선 집중적으로 나타난 건데요.

    다만 외은 지점의 본점 송금액을 보면, 2022년 이후 10조~15조 엔 규모에서 등락을 보입니다. 이게 일본에 진출한 외국 은행에서 돈을 얼마나 보내는지 보여주는 자료거든요.

    즉, 외국인들은 제한적인 규모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로, 시장이 흔들리더라도 과거만큼의 급락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정 기자, 그렇다면 하락장 속에서 피난처를 찾는다면 어떤 상품이 있을까요?

    <기자>
    ETF 중에서 세 가지 상품을 준비해 봤는데요.

    가장 보편적인 피난처는 파킹형 ETF입니다. 단기 채권의 금리를 매일 복리로 계산해 반영하는 상품인데요.

    3~4%대 금리로 큰 수익은 못 내지만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한 상품으로 꼽히고요.

    두 번째는 채권, 특히 미국 장기채입니다. 경기 침체가 온다면, 이후 금리 인하에 따른 가격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여러 ETF 상품을 운용하고 있으니,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엔화노출'이라고 적힌 상품은,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환차익도 노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금'인데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는 시기에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금값이 항상 올랐습니다. 현재도 금 현물 가격이 역대 최대치에 근접해 있는데요.

    ETF 중에서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금 현물에 투자하는 상품을 운용 중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정호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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