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광주 서구 치과병원에 70대 남성 환자가 폭발물을 터트린 사건의 범행 장면은 건물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남았다.
피의자 김모(79)씨는 이날 오후 1시 7분께 검은색 상의와 검은색 계열의 모자를 눌러 쓰고 병원 건물에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중형 종이 상자가 들려있었다.
상자 아랫부분을 받쳐 든 김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치과병원으로 올라갔다. 상자에는 부탄가스 4개와 인화물질이 담긴 통을 묶은 '사제 폭발물'이 들어있었다.
치과병원이 있는 3층에 내린 후의 행적도 CCTV에 담겼다. 그는 폭발물이 든 상자를 출입문 안쪽에 넣어놓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인 뒤 병원을 빠르게 벗어났다.
불이 붙은 상자는 곧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3~4차례 굉음과 함께 불꽃이 일고 병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병원 가구와 명패 등 곳곳이 불에 그을렸고, 천장재는 불에 녹은 것처럼 떨어져 나갔다.
다행히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며 불은 크게 번지지 않았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신고 접수 10분 만에 완전히 진화했다. 이 사고로 해당 치과병원, 같은 건물에 있는 한방병원 관계자와 환자 등 90여명이 대피했다.
범행 이후 택시를 타고 자택으로 도주하던 김씨는 도중에 광주 광산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그는 해당 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진료에 불만을 품었는지 등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폭발물 상자에 대해서는 "조그마한 종이상자 안에 부탄가스와 인화물질이 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폭발물이 터진 당시 병원 상황에 대해 "점심시간이었지만 출입문이 (잠기지 않고) 열려있었다"며 "치과 안에는 병원 관계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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