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금리를 줄인상하는 동안 모회사인 금융지주 실적 전망치가 잇따라 상향 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에 예금금리를 낮추면서도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대출금리는 높게 유지하는 상황이 지속될수록 금융지주들의 반사이익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3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총 4조7천735억원으로 집계됐다.
예대 마진 축소로 이자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금리 인하기 초입에 은행을 주력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들 미래 실적 전망이 오히려 개선되는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증권사들은 KB금융의 3분기 순이익이 1조5천13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조3천420억원)보다 12.8% 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도 3분기 순이익이 1년 새 1조2천188억원에서 1조3천840억원으로 13.6% 증가해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금융은 9천634억원에서 1조124억원으로 순이익이 5.1% 증가하는 반면, 우리금융은 9천181억원에서 8천633억원으로 6.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6월 말 당시의 시장 전망치와 비교하면 전체 규모가 상향 조정된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증권사들은 6월 말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순이익 전망치를 총 4조7천223억원으로 제시했다. 두 달 사이 전망치가 500억 넘게 늘어난 셈이다.
이 기간 KB금융의 3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1조4천768억원에서 1조5천138억원으로 2.5% 늘었다.
신한금융은 1조3천557억원에서 1조3천840억원으로 2.1%, 하나금융은 1조58억원에서 1조124억원으로 0.7% 각 전망치가 높아졌다.
우리금융만 8천840억원에서 8천633억원으로 전망치가 2.3% 줄었다.
최근 금융지주 실적 전망치가 눈에 띄게 높아진 기간은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급증에 여러 차례 대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던 기간과 맞물려 있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일과 18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29일부터 갈아타기(대환)·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했다.
이달 들어서는 2일과 7일, 20일 연달아 주택담보대출 혹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높였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15일, 22일, 29일과 이달 7일, 16일, 21일 등 여섯 차례에 걸쳐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신한은행은 더 나아가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를 위한 투기성 대출을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이날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비이자이익이 일부 개선되는 가운데 당국의 대출 금리 규제가 사실상 이자이익 증가율 둔화 속도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그만큼 금융지주들의 반사이익도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박으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집값은 쉽사리 잡히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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