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구간별로 상한금액 상이
환급금은 실손보험 보장서 제외
"작년에 병원비로 200만 원 가량 썼는데, 131만 원을 돌려준다고?"
갑작스런 질병으로 큰 수술을 한 번 하게 되면, 건강도 건강이지만 과도한 의료비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죠. 일반적으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통해 병원비용 부담을 낮추긴 하지만, 이마저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싼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 차원의 '착한 제도', 본인부담상한제를 활용해봅시다.
◆ 과도하게 지급한 의료비는 되돌려줍니다
개인별로 1년에 낼 수 있는 의료비 상한선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본인부담상한제는 개인이 부담한 연간 의료 부담금 총액이 소득 수준에 따른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액을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의료부담금 총액에 해당하는 것은 비급여 항목과 상급병실료, 본인부담 항목을 제외한 급여 부분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1년간 내가 쓴 의료비 중 급여부분 총액이 나라에서 정하는 상한액을 초과했을 경우 그 초과분을 되돌려준다는 의미입니다. 상한액 기준은 소득에 따라 각각 다른데, 소득구간별로 총 10분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1분위 본인부담금은 87만 원, 요양병원 120일 초과 입원의 경우에는 138만 원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2~3분위는 108만 원(요양병원 120일 초과 입원 174만 원)이며 가장 소득이 높은 10분위의 경우 808만 원(요양병원 120일 초과 입원 1,050만 원)입니다.
만약 내 소득분위가 2~3분위에 해당된다면, 202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 지출한 급여 진료비 중 108만 원을 제외하고는 돌려받을 수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300만 원을 급여 진료비로 사용했다면, 내 소득구간의 상한액인 108만 원을 제외한, 192만 원은 다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본인부담 상한액 기준이 되는 소득분위는 월별 건강보험료로 구분되는데,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기준이 각각 다르고 요양병원 입원 유무에 따라 금액 상한도 다르기 때문에 사전 확인은 필수입니다.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에서 직접 본인의 소득분위를 확인하고, 본인부담금과 환급금을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미리 공제받거나 사후 신청으로 환급 가능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해 지난 2023년 지급한 의료비 중 초과 의료비를 받는 대상은 201만1,580명, 총 금액은 2조6,278억 원입니다. 1인당 평균 무려 131만 원의 혜택을 받은 셈입니다.
신청방법 역시 어렵지 않습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사전급여와 사후급여로 나뉘는데, 사전급여는 초과액을 병원이나 의원에서 직접 공단으로 청구하는 방식, 사후급여는 공단에서 대상자가 전년에 사용한 초과액을 다음 해 8월 말경 지급 대상자에게 '사후에'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한 병원에서 상환액을 초과하는 의료비를 지출했을 경우 해당 병원에서 직접 공단에 청구하는 사전급여 방식이 이뤄지게 되고, 만약 여러 병원에서 누적된 의료비가 많을 경우 공단에서 대상자를 선정해 그 다음해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사후급여가 이뤄집니다.
공단은 환급 대상자에 초과된 금액에 대해 고지를 해주고, 사후환급금 통지를 받은 대상자는 직접 진료받은 대상자의 인적사항과 계좌를 기재한 후 방문이나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 인터넷, 우편 등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신청해 받을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의 본인 계좌만 가능하나, 만약 치매나 의식불명 등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가족이나 다른 사람의 계좌로 지급 신청을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진단서나 가족관계증명서, 위임장 등의 추가 증빙서류가 필요하니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로 문의 후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 환급금 제외한 금액만 실손 보장
그렇다면 본인부담상한제와 실손의료보험은 중복 보장이 가능할까요? 실손의료보험은 원칙적으로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의료기관에서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받는 경우 본인이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에 대해 약관상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일부를 보상해주는 보험입니다.
실제 부담한 금액에 대해서만 보상을 해주는 보험이기 때문에 본인상한부담제로 감면받은 의료비는 실제 피보험자가 부담하지 않은 금액이 되겠죠. 만약 이미 지급했다 하더라도 사후에 환급될 금액이기 때문에 실손보험 보장에서는 제외됩니다. 때문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한다면 본인상한부담제로 환급을 받은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소득분위 1분위에 해당하는 가입자가 지난 한 해 동안 병원에서 550만 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냈다면, 1분위 본인부담상한액인 87만 원을 제외한 463만 원을 환급금으로 돌려받게 됩니다. 여기서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게 된다면, 환급금으로 돌려받는 463만 원을 제외한 실제 본인부담액 87만 원에 대해서만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이 중복보장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은 실손보험 약관에 '면책사항'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다만 과거 판매됐던 1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이 같은 내용이 약관에 포함돼 있지 않아 법적공방까지 이어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올초 대법원은 1세대 실손보험에 대해서도 "보험의 목적과 성질 등을 고려하면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은 부분은 특약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