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전자 경영진이 이례적으로 실적 부진에 대한 '반성문'을 내놓았습니다.
'반도체 한파'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예고됩니다.
자세한 내용, 박해린 산업부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안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더 실적이 안 좋게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증권가에선 눈높이를 낮춰 영업이익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론 9조1천억원이 나왔습니다.
지난 2분기와 비교해서도 13%가량 줄어든 수치인데요.
이렇게 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줄어든 건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 만입니다.
어닝쇼크의 주 요인은 반도체(DS)부문입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범용 제품 공급 증가 영향, 일회성 비용과 환율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HBM3E는 예상보다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반도체 부문 실적이 얼마나 안 좋게 나온 겁니까?
<기자>
오늘 발표는 잠정 실적으로 부문별 세부 실적은 이달 31일에 나옵니다.
다만 증권가에선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전분기 6조4천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5조원대, 혹은 그 이하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앵커>
타격이 큰데요.
이렇게 되면 삼성 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역전되는 것 아닙니까?
<기자>
전망치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이달 말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약 6조7600억원으로 삼성전자 DS부문을 큰 폭으로 앞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삼성 반도체 부문이 6조~7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SK하이닉스는 7조9,600억원을 기록해 큰 폭으로 앞지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대로라면 삼성전자는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메모리 시장 1위 자리를 내어주게 됩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 격차는 8.4%포인트로 크게 줄며, D램 1위 자리도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앵커>
박 기자, 얼마전 삼성전자 실적의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도 깜짝 실적을 내놓았고,
SK하이닉스 역시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는데 왜 삼성전자만 이런 겁니까?
<기자>
범용 메모리 중심의 시장에서 AI 메모리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착 요인으로 꼽힙니다.
범용 메모리 중심의 사업은 모바일과 PC, 서버용 D램 시장의 수요와 가격 변동에 큰 타격을 받는 반면,
연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 탄탄한 HBM은 '맞춤형 메모리'로 불릴 정도로 고객사와의 협력이 중요한 데, 이 부분에서 삼성의 역량이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에 밀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결국 엔비디아 HBM3E의 품질 테스트 통과 소식이 관건이겠군요.
박 기자, 4분기 실적 전망은 어떻습니까.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까?
<기자>
지금 상황에선 4분기에도 큰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게 업계 중론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회복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고, HBM3E의 연내 엔비디아 품질테스트 통과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테스트를 통과하더라도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는 건 내년부터일 것이고요.
재기의 기회는 차세대인 HBM4에서 기대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따라서 시장에선 강력한 한방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혁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오늘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일종의 '반성문'을 발표했습니다.
전 부회장은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에게 "송구하다"며, "단기적인 해결책 보다는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전 부회장의 메시지에, 시장에선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R&D(연구개발) 투자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연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 대대적인 인사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박해린 산업부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이가인, CG: 홍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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