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매출 재역전을 허용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3분기 잠정 매출은 79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21% 늘고, 직전 분기 대비 6.66%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잠정 실적 발표에서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매출은 전 분기(28조5천600억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3분기 DS 부문 매출 전망치는 최소 27조4천240억원(상상인증권)에서 최대 30조7천810억원(유안타증권)에 이른다.
지난 17일 발표된 TSMC 3분기 매출은 7천596억9천만 대만달러(약 32조3천억원)로 작년 3분기보다 39% 늘며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따라서 이달 말 나오는 3분기 삼성전자 확정 실적에서 DS 부문 매출이 시장 전망치 수준으로 나오면 TSMC 매출에 못 미치게 된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 DS 부문은 메모리 수요 회복과 가격 상승에 힘입어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뤘다. 그러면서 분기 매출에서 TSMC 매출(6천735억1천만 대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8조5천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넘었다.
삼성전자가 2022년 3분기부터 TSMC에 매출 역전을 허용하면서 세계 반도체업계 매출 1위 자리도 함께 내준 지 2년 만이었다.
그러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고 실적 개선세가 주춤해지면서 삼성전자는 매출에서 TSMC를 추월한 지 1개 분기 만에 재역전을 허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만 하는 TSMC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달라 실적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특히 사업 영역이 겹치는 파운드리만 떼놓고 보면 TSMC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 2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 62.3%, 삼성전자 11.5%로 격차가 크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끌면서 서로 경쟁도 하는 두 회사의 위상을 고려하면 매출 1위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고 업계에서는 본다.
TSMC의 실적 고공행진은 AI가 이끌고 있다. TSMC는 AI 붐에 수요가 폭증하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을 사실상 독점 생산한다.
실제로 3분기 TSMC의 응용처별 매출을 보면 AI가 활용되는 고성능컴퓨팅(HPC)이 51%를 차지했다. 기존 최대 매출처였던 스마트폰(34%)을 큰 차이로 앞섰다.
반면 반도체 수요가 AI로 쏠리고 기존 IT 수요 침체는 길어지는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AI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에서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아직 실적에서 비중이 크지 않아 유의미한 실적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TSMC와 직접 경쟁하는 파운드리 부문도 수주 부진과 낮은 가동률에 일회성 비용까지 더해져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를 포함하는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은 이번 3분기에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세계 최초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양산, 종합 반도체 회사로서 강점을 살린 'AI 칩 원스톱 서비스'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막대한 투자에도 성과가 저조해 오히려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2011년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 매출은 14조2천억원(약 128억달러)으로, TSMC 매출액 145억달러의 약 88% 수준이었다.
반면 2023년에는 TSMC 매출이 702억달러, 삼성전자 비메모리 매출은 22조2천억원(약 172억) 달러로 TSMC의 2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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