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 3급 비밀인 암구호(아군과 적군 식별을 위해 정해 놓은 말)를 담보로 군 간부 등에게 최대 3만%의 고리로 돈을 빌려준 대부업자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7단독(한지숙 판사)은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및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대부업체 대표 A(37)씨에게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를 도와 불법 추심행위 등을 한 대부업체 직원 B씨에게는 징역 1년 2개월을, 또 다른 직원 C씨에게는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A씨 등은 대구시 수성구에서 무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2023년 5월∼2024년 8월 군 간부 등 15명에게 1억6천여만원을 빌려주고 이자로만 9천8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이 채무자에게 적용한 최고 금리는 법정이자율(연 20%)의 무려 1천500배에 달하는 연 3만%였다.
A씨 등은 군 간부인 채무자들에게 암구호나 피아식별띠, 부대 조직 배치표, 산악 기동훈련 계획서 등 군사 비밀을 담보로 요구했다.
채무자 대부분은 가상화폐 투자 등으로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부업체가 요구한 군사비밀을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이용해 보냈다.
이 중 암구호는 전·평시에 대한민국 육군 및 해군, 공군, 주한미군 등에서 피아식별을 위해 사용하는 비밀 단어·숫자여서 외부에 누설될 경우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데도 A씨 등에게 통째로 넘어갔다.
A씨 등은 돈을 빌려 간 군 간부들이 제때 이자를 상환하지 않으면 '내일 부대로 전화하겠다', '군부대 직통(전화) 넣기 전에 돈 보내라' 등의 메시지를 보내 군사비밀 유출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불법 대부업의 영위를 위해 기밀인 암구호를 제공받는 등 국가안전보장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비난 가능성이 아주 크다"며 "여기에 채무자의 가족과 직장 동료들에게 전화하는 등 불법 추심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취득한 암구호를 담보목적 외에 누설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이 드러나지 않았고, 피해자인 채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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