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이르면 셋째주 해제
대출 규제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아파트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서울 집값이 5주 만에 깜짝 반등했습니다.
이번 주면 하락 전환할 것이다 이런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예상밖입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부동산부 신재근 기자 나왔습니다. 신 기자, 먼저 서울 아파트값 통계 자세히 살펴보죠.
<기자>
서울 아파트 집값이 4주째 보합을 이어가다 2월 첫째주 0.02% 오르며 5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는데요.
지도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강남 지역의 상승폭이 확대됐는데요.
송파가 전주 대비 0.13% 오르면서 서울 지역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고요. 서초(0.06%)와 강남(0.03%)도 오름폭이 더 커졌습니다.
강남 이외 지역에선 마포(0.05%)와 용산(0.05%), 양천(0.04%) 등이 올랐습니다.
집값이 하락했던 지역은 낙폭이 축소됐는데요.
강북과 구로는 하락폭이 소폭 줄었고, 종로와 중랑 등은 상승 전환했습니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할 거란 기대감이 강남권 집값을 자극했고, 이것이 연쇄적으로 다른 지역으로도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5주 만에 반등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추세적인 상승이 시작됐다고 보긴 어렵지 않겠습니까?
<기자>
거래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집값이 크게 들썩이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은데요.
보시는 것처럼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지난해 7월 정점을 찍은 뒤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집값이 기간 조정 국면에 들어선 만큼 거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오르긴 무리란 분석입니다.
또 대출 규제가 계속되고 있고, 대통령 탄핵 국면이 이어지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점도 거래가 늘어나기 어려운 점으로 꼽힙니다.
<앵커>
이번에 서울 아파트값이 깜짝 반등한 데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가능성이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검토하겠다는 얘기를 꺼냈는데 구체적으로 언제쯤 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까?
<기자>
오 시장의 발언 이후 서울시는 현재 실무선에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오는 6월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시한이 만료되는 만큼 해제 여부를 곧 결정해야 합니다.
강남권 주민을 중심으로 '과도한 재산권 침해 아니냐'는 불만이 누적된 점도 해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구청장들도 서울시에 지정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습니다.
서울시 취재를 종합하면 이르면 이번달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서울시 관계자는 "전면 해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2월 셋째주 도시계획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상정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가 오늘 강북구와 양천구 등 12곳의 모아타운 내 도로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전면 해제보다 일부 해제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입니다.
모아타운 내 개인 도로를 기획부동산이 매수해 다수에게 지분거래로 일괄 매각하는 등 '지분 쪼개기'를 막기 위해 지정한 건데요.
재건축과 재개발 등 대규모 개발로 집값이 급등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해선 '핀셋 규제'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으로 보입니다.
<앵커>
투기를 막겠다는 목적으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생겨났는데 효과가 없지 않았나요?
<기자>
지난 5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집값이 폭등한 걸 감안하면 효과가 미미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잠실과 대치, 삼성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대표 대단지 시세를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잠실동의 경우 리센츠와 엘스는 84㎡ 기준 4년 반 만에 가격이 17억 원대에서 23억 원대까지 뛰었습니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은 45평 기준 가격이 34억 원에서 45억 원으로 올랐고, 압구정현대는 35평 기준 2020년 11월 29억 원에 팔렸는데, 4년 뒤엔 50억 원을 찍었습니다.
강남권 외 토지거래허가구역도 비슷한 가격 흐름을 보였습니다.
여의도 자이는 20억 원에 팔리던 것이 지금은 30억 원까지 올랐고, 목동도 신시가지7단지 기준 50% 넘게 뛰었습니다.
지난 5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 집값 상승률이 서울 전체 평균 아파트 가격 상승률(29.2%)을 앞지른 겁니다. 토허제가 '투기 억제'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기간 반포의 집값 상승세가 더 가팔랐던 점을 고려하면 토지거래허가제가 강남 인근 비규제 지역 집값을 자극한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신 기자가 직접 현장을 취재해 보니까. 이미 강남 지역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예상하고 곳곳에서 신고가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고요?
<기자>
대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곳이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제가 잠실과 대치, 목동 현장을 다녀왔는데요.
잠실동에 위치한 리센츠의 경우 33평이 최근 29억 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고, 재건축 대장주인 잠실 5단지도 최근 3건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인중개업소를 가보니, 집주인들이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대구와 부산 등 지방에서도 매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는 데요. 지방 투자자들이 갭투자를 염두에 두고 문의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치동도 기대감 속에 매수 문의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치동이 유명 학군지다 보니,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 지방에서도 대치로 오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거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중 하나인 목동을 가보니 분위기가 좀 달랐습니다.
현장에선 재건축 단지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안 풀릴 거란 얘기가 나오고 있었는데요.
목동은 재건축 단지가 밀집해 있는 지역입니다.
목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더라도 재건축 단지는 허가구역으로 묶이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겁니다.
<앵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에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해제되면 서울 집값이 불붙는 거 아닌가요?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 잠실과 삼성, 대치 등의 집값이 당분간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안 묶였던 도곡과 반포의 집값이 풍선 효과로 인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는데,
덜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키 맞추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허가구역에서 풀리면 갭투자가 가능해지고, 실거주 의무가 없어지는 만큼 지방 사람들이 강남 아파트에 투자하는 '파킹 자산'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키 맞추기가 이뤄진 이후 가격이 더 오를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부동산부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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