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70% 이상 증가하며 14조원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자사주 소각 규모도 12조원을 넘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한 가운데 주식 시장이 침체하자 주가 방어 목적에서 자사주 취득·소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3∼2024년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 소각, 체결 공시를 제출한 국내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14조3천15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8조2천863억원) 대비 자사주 취득 규모가 72.8% 증가했다.
자사주 소각 규모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 규모는 12조1천399억원으로, 2023년 4조7천429억원 대비 156.0% 증가했다.
국내 주식 시장이 부진하면서 주가 하락을 막는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소각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국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권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자사주 취득·소각을 진행한 상장사 숫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자사주를 확보한 상장사는 464곳으로, 2023년(376곳) 대비 23.4%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사주를 소각한 상장사도 96곳에서 137곳으로 42.7% 증가했다.
상장사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자사주를 취득한 기업은 고려아연(2조1천249억원)이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와중에 자사주 공개 매수 전략을 발표하고, 발행주식 9.85% 수준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취득 자사주 204만30주를 다시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올해 1월 말까지 아직 이를 소각하지 않은 상태고, 영풍 측은 지난 6일 고려아연에 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라고 압박했다.
고려아연 다음으로 자사주를 많이 매입한 곳은 삼성전자(1조9천925억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메리츠금융지주(8천624억원), KB금융(8천200억원), 신한지주(7천억원), KT&G(5천467억원), 기아(5천억원), 셀트리온(4천396억원), 네이버(4천51억원), 하나금융지주(3천969억원) 등 순으로 자사주를 많이 취득했다.
지난해 자사주를 가장 많이 소각한 상장사는 삼성물산(1조289억원)으로 국내 상장사 중 1조원 이상 자사주를 소각한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이어 KT&G가 지난해 8천617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했으며, SK이노베이션(7천936억원)과 포스코홀딩스(7천545억원), 네이버(6천866억원), 메리츠금융지주(6천401억원), KB금융(6천200억원) 등도 자사주 소각이 많았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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