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 전반을 가늠할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월스트리트 예상과 다른 성장 전망을 제시했다. 일부 대형 기술주가 소폭 상승을 보였지만 경기 둔화 가능성과 이로 인한 차익실현 등으로 인해 대형 금융주들이 무더기 하락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2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63포인트, 0.43% 내린 6,117.5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93.89포인트, 0.47% 하락한 1만 9,962.36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50.94포인트, 1.01% 밀린 4만 4,176.65로 거래를 마감했다.
미 경기 지표는 성장 속도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한 2월 제조업 지수는 18.1포인트로 전월 집계인 44.3포인트에서 급락했다. 신규 주문은 21포인트 줄었고, 출하 지수도 한 달사이 15포인트가 감소했다. 기업체 약 절반은 원가 상승으로 인해 부담을 느낀다고 답하는 등 제조업 회복 속도가 둔화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한 1월 경기선행지수 역시 101.5포인트로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6개월 누적 지수는 -0.9%였다. 이번 지표 하락은 소비자들의 향후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늘고, 제조업체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등 고용 약화 경향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콘퍼런스보드는 임박한 침체 징후는 없다는 평가를 냈지만, 시장은 예상 -0.1%보다 둔화한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1만 9천 건으로 직전 주의 21만 4천 건에 비해 평탄했고,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한 사례는 186만 9천 건으로 직전 집계 수정치 대비 2만 4천 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경제 지표와 함께 스캇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장기 국채 발행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남겨 시중 금리를 끌어내렸다. 베센트 장관은 인플레이션 비중이 여전히 높고, 연준은 양적긴축을 진행 중인 상황을 언급하며 장기 국채 발행 확대는 “아직 멀었고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재닛 옐런 전 매주장관이 단기 국채 발행 비중을 늘린 것에 대한 지난 발언을 번복하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현행 발행 계획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러한 발언으로 이날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약 4bp 하락 전환했고, 장 마감 기준 3bp 내린 4.505%로 거래를 마쳤다.
베센트 장관은 또한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언급한 포트녹스 금 보유 실태에 대해 “금은 그대로 그곳에 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또한 미 국부펀드 출범을 위한 재원으로 금을 재평가할 수 있다는 루머에 대해서도 “재평가하거나 자금조달에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확인했다. 국제 금가격은 베센트 장관의 이러한 발언에도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트로이온스당 2,954달러로 올들어 10번째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1805억 5천만 달러로 컨센서스 1800억 1천만 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그러나 연간 조정 영업이익 증가율을 3.5~5.5%로 제시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의 성장을 예고했다. 또한 조정 주당순익 전망치도 2.5달러에서 2.6달러로 중간값 기준 컨센서스보다 20센트 적게 제시해 시장의 실망감을 키웠다. 이날 월마트는 하루 만에 -6.53%, 코스트코와 타겟 등 2, 3위 유통사들도 2% 이상 하락했다. 또한 최근 대형 은행주인 JP모건 체이스는 이날 4.46% 급락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54%, 웰스파고도 2.14% 내렸다. 바클레이스의 제이슨 골드버그 애널리스트는 “월마트의 실적 부진과 경기선행지수 위축으로 부담이 가중됐다”며 “은행주들은 상승세가 누적된 이후 차익실현이 크게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의 전술 전문가인 스캇 럽너는 개인과 기관 매수의 여력이 소진되면서 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오는 3월 세금 납부 시기가 다가오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 둔화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금융시장 전반의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전략가는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로 소비재와 원자재, 금융, 운송업종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보는 등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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