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사교육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과열되고 있다. 이른바 학군지 내 학원가에서는 유치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경쟁'이 시작되는데, 정부는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유명 영유아·초등학생 대상 학원의 레벨테스트를 지칭하는 '4세 고시', '7세 고시'란 말은 이제 낯선 얘기가 아니다.
코미디언 이수지 씨가 대치동 엄마를 패러디한 '제이미맘' 영상은 공개 약 2주 만에 조회수가 580만회를 넘어섰다. 동의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영유아 사교육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상위권 초등학생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초등수학학원의 예비 초3·4학년용 레벨테스트 문제는 중·고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오빠가 동생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지금의 네 나이일 때 너는 9살이었지. 네가 내 나이가 될 때 나는 24살이 될거야." 그러면 지금 오빠와 동생의 나이는 각각 몇 살일까', '2분 동안 1m를 가는 거북이와 10초 동안 2m를 가는 토끼가 30m 달리기 경주를 한다. 토끼가 경주 중간에 잠이 들어 거북이보다 3분 늦게 결승점에 도착했다. 토끼는 얼마 동안 잠을 잔 것일까' 등은 초등학생 수준에선 풀기 어려운 문제다.
심지어 '장훈, 해동, 유미, 태곤, 현석의 성은 김, 이, 박, 정, 편 중의 하나이다. 다음 [조건]이 모두 거짓일 때, 다섯명의 이름에 맞는 성을 바르게 써라'는 문제는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 추론영역에서 나온 문제와 유사하다고 김상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 책임연구원은 분석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배울 수 있는 내용이 아닌 만큼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선행학습이 필요한 것이다.
영어 사교육은 나이대가 더 내려간다.
통상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3∼4세부터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보내기 때문이다.
맘카페 등에선 미국 초등학교 학년별 문제집인 '스펙트럼 테스트 프랙티스'(Spectrum Test Practice)를 대치동 '빅3' 영어학원 레벨테스트 대비용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6.0%다. 서울은 91.3%에 달했다.
과목별로 보면 영어 52.5%, 수학 50.5%, 국어 28.3%, 논술 15.6%, 사회과학 12.9%였다.
영유아 사교육 관련해선 공식 통계조차 없다.
2017년에 국가 차원의 첫 유아 사교육 실태조사가 있었으나 시험조사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3년 6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방치됐던 유아 사교육 문제에 대해 조속히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관련 조사를 시행했으나 그 결과가 당장 공개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 전문가들은 과열되는 영유아·초등 사교육 시장을 우려하며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