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면 자신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온다면, 내가 정말 이 자리에서 떠나기를 바란다면 나는 준비돼 있다"며 "조건이 즉시 제공된다면 나토와 그것(대통령직)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AFP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종전 협상을 시작하자 나토 가입을 '레드 라인'으로 내건 셈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종전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러시아 역시 나토 가입 포기를 종전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임기가 종료됐는데도 계엄령을 이유로 선거 없이 불법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나토 가입에 부정적인 데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고까지 불러 우크라이나의 입지는 매우 좁아진 상황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진짜 독재자였다면 기분이 상했겠지만 나는 독재자가 아니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라며 괘념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단순한 중재자 이상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안보를 보장해 달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 협상에 대해선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이날도 양국 당국자들이 연락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등 지원의 대가로 희토류 개발 지분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우크라이나는 자국 안보 보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광물 협상에서 지난 3년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원조의 대가로 5천억달러(약 719조2천500억원) 상당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빚을 졌다는 생각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채무자로 만드는 어떤 형식도 최종 합의에 없을 것이라며 "오늘 저녁부터 5천억달러 문제는 더이상 없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이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합의에 근접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3주년인 24일 중요한 정상회의가 열린다면서 "아마도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 회의에 13명의 지도자가 대면으로, 24명의 지도자는 온라인으로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이 참여한 기자회견도 따로 마련됐다. 여기서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은 러시아군의 최전선 탄약 수요의 50%를 북한이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에 170㎜ 자주곡사포와 240㎜ 다연장 로켓 발사 시스템도 대규모로 공급하기 시작했다고도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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