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종전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며 충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광물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방미했다. 그는 평화협정 체결시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한 안전 보장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요구대로 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협상에서 빠지겠다고 위협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며 맞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고마움을 모르고 무례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충돌 이후 회담 일정을 조기 종료시켰다. 이에 오찬을 겸한 후속 회담과 공동 기자회견 및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추진하던 광물협정 서명도 불발됐다.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소외시키고 푸틴 대통령과 협상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진짜 안전보장을 위한 첫 문서가 되길 희망한다"면서 광물협정 체결로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지지가 지속되길 바란다는 뜻을 비췄다.
그는 러시아와의 전쟁과 관련해서는 "그(푸틴)는 살인자이자 침략자"라면서 "실인자에게 우리 영토를 양보하는 것은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재차 안전보장이 "핵심적"이라고 언급하면서 "그들이 우리 땅을 침공했으며 전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독재자"라고 자신을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 공개 발언이 계속되면서 회담 분위기는 시작 40분쯤부터 적대적으로 바뀌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얼굴을 붉히며 고성을 지르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은 25번이나 자신의 서명을 어겼다"라면서 "단순한 휴전 협상은 수용할 수 없다. 안전보장이 없으면 그것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4년 러시아가 자국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협정을 체결했는데도 푸틴 대통령이 2022년 전면전을 일으켰다며 "우리는 휴전 협정에서 서명했고 모두 우리에게 '그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협정을 어겼다"면서 "그는 우리 국민을 죽였으며 사람들이 계속 죽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멋진 바다(대서양)가 있어서 아직은 (러시아의 위협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 말하지 말라"라고 발끈한 뒤 "당신은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 당신은 스스로 그렇게 나쁜 위치에 있게 만들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은 수백만 명과 3차 세계 대전을 놓고 도박하고 있다"라면서 "당신 나라에는 큰 문제가 있으며 당신은 이기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미국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2주 만에 졌을 것"이라면서 "당신은 감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전쟁을 끝낼) 아무 카드도 없다. 합의하거나 아니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례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도 "백악관에 와서 미국 언론을 앞에 두고 그 문제를 논쟁하려고 하는 것은 무례하다"라면서 "당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 번이라도 고맙다고 한 적이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찬 회담을 한 뒤 오후 1시께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전체 일정이 지연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16분께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회담이 종결됐음을 알렸다.
그는 "젤렌스키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안 돼 있다"라면서 "그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올 수 있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이 보는 가운데 진행된 회담 공개 발언 후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등과 회의를 진행하고 회담을 사실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백악관에서 떠나 달라고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광물협정 카드로 미국의 지원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결국 이날 오후 1시40분께 빈손으로 백악관을 나왔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언론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의회, 미국 국민에 사의를 표하고 "우크라이나는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가 필요하다"라면서 "우리는 정확히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진행될 예정이었던 양국간 광물협정 서명식도 불발됐다. 관련 실무를 담당해 온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 "평화 협정을 맺길 원하지 않는 지도자와 경제 협정을 맺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충돌이 푸틴 대통령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준동맹국은 물론이고 적대국에 대해서도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심하게 방문국 지도자를 비난한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미국 국민의 이익을 옹호했다"라면서 "그들은 결코 미국 국민이 이용당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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