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강도 관세와 연방 공무원 감축 과정에 경기 둔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이를 인정하는 듯한 답변을 내놓아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뉴욕 연결해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맥락은 무엇인지, 월가 전망들은 어떻게 나오고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나온 발언입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를 시작한지 지난 1월말 부터 오늘까지 딱 50일이 됩니다. 지난주 미 의회 합동연설에서 집권기간의 정책 구상을 밝힌 내용대로 그간의 성과를 알리기 위한 인터뷰 자리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현지시간 9일 폭스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는데, 관세와 불법이민, 정부 예산 낭비 등에 대한 질문 뒤에 이러한 정책들이 경기를 둔화시키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한 예측을 싫어한다”면서도 “지금은 대단히 큰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진행하는 전환 기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침체라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경제팀이 내놓은 정책을 진행하는 과정에 따라 경기 둔화가 나타나도 불가피 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트럼프는 또한 “강한 나라를 건설하는 일이고, 주식시장을 계속 바라볼 수는 없다”며 시장을 지표로 삼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지난 집권 1기 당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시장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한 것과 전혀 다른 맥락의 발언입니다.
시장은 이미 지난달부터 고강도 관세로 인한 위험을 가격에 기술주 등에 일부 반영해왔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보다 큰 폭의 경기 하강이 오더라도 현재 행정부가 막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급락했고, 미 국채 시장은 10년만기 국채 기준 9bp 이상 급락하는 등 큰 충격이 이어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주부터 경고음이 있었습니다. 대선 당시부터 경제 정책을 설계해온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이와 똑같은 발언을 했었고, 발언 수위가 훨씬 높았습니다.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할까요?
[기자]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현지시간 목요일과 금요일, 각각 뉴욕 경제클럽과 현지 방송을 통해 “단기 충격은 괜찮다”는 발언을 반복했습니다.
전임인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해 정부 지출로 인한 경기 부양을 하는 사이 재정 적자가 쌓이고, 경제는 부양책에 중독됐다면서, 이를 해독할 ‘디톡스 경제’가 시작된다는 말도 내놨습니다.
지난 팬데믹 이후 연방 정부의 재정지출과 연준의 금리인하 영향으로 자산 가격이 부풀어 올랐지만, 이러한 미국 경제를 리셋, 재설정해야 하는 시기라는 겁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케빈 해셋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은 침체는 없을 것이라면서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양상이지만, 사실상 경제 정책을 설계한 베센트의 발언과 이를 확인하는 트럼프의 인터뷰로 시장이 완전히 돌아서는 형국이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당시 11월 선거 이후 감세, 규제 완화로 주식시장을 밀어올렸고, 이에 대한 기대로 지난해 11월과 12월 사이에도 시장에 허니문 기간이 형성됐습니다. 그러나 TS롬바르드의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을 빌리면 “이제는 경기 침체 여부를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순간”으로, 시장은 낙관론 대신 다음 정책 행보에 촉각을 세운 채 거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주엔 미국의 물가지수가 나오고, 주말엔 연방정부가 또 다시 셧다운에 놓일 위험이 남아 있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보이는데, 현재 월가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 투자은행 TD코웬 등에 따르면 오늘 처럼 연쇄적인 매도 압력을 일으켰던 트레이딩 자금들이 상당부분 소진됐지만, 한 차례 더 쏟아질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현지시간 14일 시한으로 다가온 연방정부 운영을 위한 지속결의안입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에서 이를 해결해야 하지만, 근소한 차이인데다 상원에서도 미 민주당 7표 이상을 얻어야 통과 가능합니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월가의 향후 전망도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를 보면 12개월 이내 경치침체 확률이 20%로 상향 조정되어 있고, JP모건체이스가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극단적인 정책으로 인해 침체 위험이 30%에서 지금은 40%에 달한다는 전망이 담겨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대해서도 골드만삭스는 S&P500 기업들의 연간 주당순이익 증가폭을 지금까지 전년대비 11%로 예상했는데, 이번 보고서에서 9%로 하향조정하는 등 보수적인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도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정례 조사에서 단기간 채무 상환에 실패할 수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들의 비율이 16.4%로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미 보수성향 단체에서는 단기적으로 약한 경제 여건, 주식시장의 급락이 만들어지면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을 재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관세와 공무원 감원을 되돌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음 주 기준금리를 결정할 연방준비제도조차 현재 불확실한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돌아섰고, 오는 수요일 공개되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최근 식품 물가가 뛰는 등 통화정책의 흐름이 바뀌길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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