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후 평균 생존기간 늘어나

수술이 힘든 췌장암 환자가 '비가역적 전기천공법(Irreversible Electroporation, IRE)' 치료를 받으면 생존기간이 늘어난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김만득·권준호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 성과다. 이들은 수술이 힘든 췌장암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신규 장비를 사용한 IRE 치료를 시행했다.
IRE는 암 조직 주변에 3~6개의 전극을 삽입해 고압의 전기를 흘려 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가정용 콘센트 전압 220V의 10배 이상인 3000V의 전기를 사용한다. 열에너지를 이용하지 않아 주변 혈관이나 조직은 거의 손상되지 않는다. 고압의 전기로 암세포의 막에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미세한 크기의 구멍이 여러 개 생기고, 이 미세 구멍이 세포의 내외부 균형을 무너뜨려 세포사멸을 유도한다. 국내에서는 2016년 세브란스병원에 처음 도입됐으며, 최근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이번 임상에서는 기존의 IRE보다 효과를 높이고, 시술 시간은 절반으로 줄인 신규 장비(EPO 시스템)을 사용했다. 기존 IRE 장비는 3~6개의 전극을 1.5~2cm의 일정한 간격으로 평행하게 삽입해 시술해야 했다. EPO 시스템은 하나의 통으로 된 큰 전극에 3~4개의 작은 전극을 일정한 간격으로 고정한 다중전극(clustered electrodes)형식이라 한 번에 삽입이 가능하다. 해당 장비는 김만득 교수가 개발에 참여했다.
김만득 교수팀이 신규 장비를 통해 IRE 치료를 시행한 결과, 환자의 시술 후 평균 생존기간은 11~14개월(기존 IRE 시술)에서 최대 9개월 이상 늘어난 평균 20.7개월로 나타났다.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은 17~27개월(기존 IRE 시술)에서 평균 43.9개월로 최대 26개월 이상 늘어났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5.9%에 불과하다.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은 전체의 20% 수준으로, 대부분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진단을 받는다. 주변 혈관이나 장기에 침범한 국소 진행성 췌장암의 경우 항암치료를 받더라도 평균 생존기간은 진단 후 6~11개월 정도다.
김만득 교수는 “종양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거나 크기가 너무 큰 경우 IRE 치료적응증이 되지 않거나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이번 연구는 비록 환자 수가 많지 않아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수술이 불가능하고 항암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항암제 부작용으로 다른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오는 30일 미국 내슈빌에서 열리는 인터벤션 영상의학회(SIR, Society of Interventional Radiology)에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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