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바닥을 찍고 상승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예상보다 2~3개월 가량 빠른 겁니다.
반도체의 봄이 일찍 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습니다.
산업부 홍헌표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홍 기자, 메모리 반도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삼성전자인데, 이재용 회장이 이례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냈다구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면서,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다음달 말까지 2개월 간 주요 계열사 임원 2천여명을 대상으로 위기극복 목적의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세미나는 삼성 임원진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마련됐는데, 이재용 회장이 이렇게 강하게 질책하는 메시지를 낸 것은 처음입니다.
이 회장은 또 "중요한 것은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면서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사용한 '사즉생', '위기' 등의 단어는 삼성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이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 부문은 지난해 무려 4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증권가에서는 올해 적자가 더 심해져 6조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 때 경쟁의 대상이었던 대만 TSMC와는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가 8배 넘게 벌어졌습니다.
여기에 HBM3E는 계속해서 수율 문제를 겪으면서 엔비디아 납품이 예상보다 6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삼성전자가 반도체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다행인 소식이 있는데,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가격반등이 일어나고 있군요?
<기자>
반도체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D램 현물거래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범용 D램인 DDR4 16Gb 제품의 평균 가격은 2월말 1.85달러에서 3월 둘째주에는 1.89달러로 올랐고, DDR5 16Gb 제품은 한달 전 4.74달러에서 5.07달러로 7% 가량 상승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과 PC 등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IT기기 수요가 회복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는 겁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128Gb 멀티레벨셀(MLC)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2.08달러로 바닥을 찍었다가 지난달에는 2.29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3.9%로 1위, SK하이닉스가 20.5%로 2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점유율 5위 회사인 미국의 샌디스크가 4월1일부터 제품가격을 10% 인상을 결정했는데, 수요회복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분기에도 추가로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낸드 분야에서도 수요회복이 증명된 것입니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와 수요둔화가 겹쳐 가격이 하락했는데, 회사들이 수급을 조절하고 예상 밖의 수요가 나타나면서 반등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반등시점을 3분기로 잡았는데 2~3개월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상승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됩니까?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인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5~30% 정도 됩니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 300조원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매출 합계는 86조원으로 비중은 28.7%였습니다.
다만 삼성전자가 올해 파운드리에서 6조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HBM3E에서 확실한 성과를 못 내고 있어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반드시 뒷받침 돼야하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D램에서는 15조원 흑자를 기록했고 낸드도 약 4조원의 이익을 냈습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낸드 부문은 매출이 감소하고, 실적도 1조원 이상 적자전환을 예상했는데 수요회복과 가격상승이 동반으로 이뤄지면 이 전망치도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3E 시장 선점으로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내면서 체제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입니다.
주력은 HBM이지만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추격을 받고 있고, 전체 매출에서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26%로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낸드 수요회복은 SK하이닉스가 운용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앞서 설명한 것 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 뿐 아니라 D램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HBM을 놓고 지속적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HBM하면 역시 엔비디아가 키를 쥐고 있는데, 오늘 개막하는 엔비디아 주최의 개발자 컨퍼런스에 두 회사 모두 참가한다고요?
<기자>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AI 개발자 컨퍼런스인 GTC 2025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참가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신 HBM 제품 실물을 포함해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 AI에 필수적인 메모리를 전시하고, 'AI 메모리'를 주제한 발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연설도 예정돼 있습니다.
현지시간 18일, 우리시간으로 19일 오전에 진행되는데, 젠슨 황 CEO가 AI칩을 비롯한 향후 반도체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관심이 쏠립니다.
19일 수요일 오전에는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열립니다.
이번 주총에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건은 빠졌지만 반도체 전문가 3명이 이사회 후보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방향성을 알 수 있는데요,
삼성전자가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낼 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19일에 홍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또 나눠보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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