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인한 미국 국채와 외환 시장의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져온 미국 달러화와 국채에 대한 글로벌 대형 자금의 이탈이 깊어지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시장 개입 가능성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전방위적인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주요 은행들의 1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을 하며 우려를 다소 덜어냈다.
현지시간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1% 오른 5,363.36로 마감했다. 오전 내내 약한 흐름을 이어가던 나머지 지수도 오후 마감시간까지 상승폭을 키웠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6% 뛴 16,724.46,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56% 상승한 40,212.71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며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국제 금가격은 전날보다 2.44% 뛴 트로이온스당 3,254.9달러를 기록했다.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9.6bp(1bp=0.01%) 오른 4.488%로 오전 급등세를 일부 반납했다.
● 단기 기대인플레이션 44년 만에 최고치…연준 선택지 좁아졌다
주요 경제 지표들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리지 못했다. 이날 오전 미시간대에서 집계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0.8로 시장 예상치(54.6)를 크게 밑돌아 2022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간 맞불 관세 등의 영향이다. 이달 지표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4.2% 하락한 것으로, 향후 6개월간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치도 동시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자들의 1년 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6.7%로 급등해 1981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미시간대 조사 책임자 조앤 슈 교수는 "소비자들은 불안한 상태를 넘어 공포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며 "기업환경, 개인 재정, 소득, 인플레이션, 고용시장에 대한 기대가 모두 이번 달에 더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자물가에 이어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표는 완화 흐름을 이어갔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이 내놓은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4% 하락해 시장 예상치(0.2%)를 크게 밑돌았다. 소비자물가지수와 함께 서비스 물가의 뚜렷한 하락을 보였으나, 상호 관세 발표 직전 상황을 반영한 탓에 의미가 퇴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강화에 대한 혼란은 이날도 계속됐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84%에서 125%로 대폭 높였다. 중국 재정부는 성명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관세를 인상한다고 해도, 이제는 경제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며 양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기본 125% 관세에 펜타닐 관련 20%를 더해 양국간 교역과 경제 구조에 큰 충격을 일으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중 무역 갈등과 세계 경기 둔화를 이유로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4%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 시장 전반이 탈 달러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연준 인사들의 입장도 변화 조짐을 보였다. 보스턴 연준의 수전 콜린스는 총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콜린스 총재는 "현재 시장은 잘 작동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유동성 우려는 없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시장 기능이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 주요 은행 실적 '선방'…변동성 속 트레이딩 부문 강세
1분기 실적을 발표한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도 콘퍼런스콜에서 "시장에 혼란이 발생하면, 결국 연준은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먼 회장은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보고 있다"며 “체감상 많은 기업들이 M&A, 고용, 투자 같은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금리가 반드시 내려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며 “재정적자와 관세가 겹쳐 발생한 1960년대와 1970년대처럼 장기금리가 오를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은 2025회계연도 1분기에 주당순이익 5.07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4.65달러)을 크게 상회했다. 매출액은 460.1억 달러로 전년 대비 8% 증가했으며, 특히 주식 거래 부문에서 전년대비 48% 증가한 38.1억 달러의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도 "미국이 침체에 매우 근접했거나, 이미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지표가 양호하지만, 관세 부과 전 사재기에 따른 착시 효과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90일 관세 유예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은 1분기 주당순이익 11.30달러, 순자산 유입액은 840억 달러로 견고한 성장을 이어갔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도 1분기 주당순이익이 전년대비 29% 늘어난 2.60달러로 예상을 상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으며, 역시 주식 트레이딩 매출이 41.3억 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모건스탠리 CEO 테드 픽은 "높은 변동성에도 강한 실적을 냈으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낙관한다"고 밝혔다.
반면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는 1분기 주당순이익 1.39달러로 16% 증가했으나, 순이자이익(NII)은 115억 달러로 예상치를 하회했다. 찰리 샤프 최고경영자는 "올해 경제환경은 둔화 가능성이 높으며, 정책 변화의 결과 및 시기에 따라 향방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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