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칩인 H20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AI칩 수출 통제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홍헌표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홍 기자, 미중 패권전쟁이 관세 뿐 아니라 반도체에서도 이어지고 있군요?
<기자>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인공지능(AI) 칩 중 하나인 H20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라기 보다는 2022년부터 진행된 반도체 수출 규제의 연장선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과거 바이든 정부 때부터 중국의 인공지능 개발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고성능의 인공지능 칩이나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H100과 H200, 블랙웰 등 고성능 인공지능 칩을 보유하고 있는데, H20은 합법적으로 중국에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사양의 칩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인공지능 개발에 주로 H20을 활용했고, 올해 초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도 H20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 중국 기업들은 통제가 강화될 것을 예상하고, 올해 1월부터 H20을 대량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엔비디아 H20칩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이번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는 큰 손실이 예상됩니다.
엔비디아는 1분기에 5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조8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엔비디아의 1분기 매출 추정치가 430억 달러, 순이익은 230억 달러인데, 예상 손실 규모는 순이익의 1/4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앵커>
엔비디아의 H20 칩에는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가 탑재됩니다. 국내 반도체기업에도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 같은데, SK하이닉스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엔비디아 H20에는 4세대 HBM인 HBM3가 들어갑니다.
HBM은 현재 5세대인 HBM3E가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고, 올해는 6세대인 HBM4 양산도 예정돼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H20은 상대적으로 저사양이어서 HBM도 구형버전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3가 탑재됩니다.
최근 H20 성능이 향상되면서 HBM3E 8단이 일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전자의 HBM3E는 아직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공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H20 수출규제가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HBM 수요가 감소할 수 있지만 현재 SK하이닉스가 최대치로 생산하는데도 엔비디아의 요구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어, 이번 제재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또 SK하이닉스는 HBM3보다는 고사양의 AI칩에 탑재되는 HBM3E 8단과 12단 생산에 집중하고 있고, HBM4 양산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물량조절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SK하이닉스는 직접적인 타격은 적고, 삼성전자는 H20에 HBM을 공급하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취재해 본 결과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대한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전반적인 AI 산업의 수요 둔화를 더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미국의 수출통제 직전에 중국의 테크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이 주문한 H20 칩 규모가 160억 달러(23조5천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제재로 160억 달러 중 약 1/3은 재고로 쌓이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H20은 저사양칩이어서 중국을 제외한 고사양을 구매하려는 다른나라 기업에 수출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렇게 되면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실적이 하락하고, 투자도 위축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AI시장을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데 중국의 AI 수요가 침체되면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당장 올해 2분기 실적보다는 하반기와 내년 매출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품목관세 예고에다 이번 수출통제로 인한 반도체 업황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대비책을 세우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 두 회사 모두 고사양의 인공지능 칩에 공급할 HBM 개발에 몰두한다는 계획입니다.
엔비디아가 내놓은 AI칩인 블랙웰 시리즈나 앞으로 나올 루빈, 파인만 등에는 높은 성능의 HBM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4 12단을 양산하고, HBM4E도 적기에 공급해 HBM 시장에서 독주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삼성전자는 1년째 지연되고 있는 HBM3E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가 우선 과제입니다.
하반기에는 HBM3E의 엔비디아 공급과 함께 HBM4 양산에도 들어가 SK하이닉스를 따라잡겠다는 목표입니다.
반도체 품목관세도 대비해야하는 두 회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품목관세를 앞두고 미국 정부가 안보영향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TSMC나 엔비디아 등 반도체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미국이 칩스법 재협상과 품목관세를 볼모로 추가 투자를 압박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미국의 잇따른 제재로 AI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수도 있어 추가 투자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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