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내가 타려는 엘리베이터는 항상 늦게 오는 걸까?"
내려가려면 꼭 내가 있는 층 아래로 내려가고 있고 올라가려면 내가 있는 층 위로 올라가고 있다. 어딘가 단단히 잘못된 것만 같다. 하지만 이 현상은 확률적으로 타당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른바 '엘리베이터의 역설'.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사진)는 당신의 뇌를 깨워줄 당혹스럽지만 흥미진진한 60가지 역설의 세계를 담은 책이다.
아주 사소한 일상적인 문제에서부터 수학, 사회과학, 철학, 언어, 정치, 종교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60가지의 반직관적 수수께끼들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이 책의 저자 조지 G. 슈피로는 난해한 수학 문제의 개념들을 쉽게 풀어내는 데 탁월하며 오랜 시간 수학의 대중화에 힘써온 수학자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삶과 가까우면서도 복잡하게 느껴지는 역설들을 특유의 유쾌하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어렵지 않게 풀어낸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실들에 균열을 내고 독자로 하여금 세상의 무한한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동시에 탐구하게 만든다.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에서 다루는 역설 이야기들은 단순한 수수께끼나 지적 유희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삶 전반을 되돌아보게 한다.
오늘날 우리는 SNS의 발달, 알고리즘 추천, 챗봇, 바이럴 마케팅 등으로 둘러싸인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물 밀려오는 듯한 이 흐름 속에서 자신이 보고 듣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또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직관에 의존해 보이는 대로 믿고, 판단하기 바쁘다.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의 약화는 타인의 의도나 외부 환경에 휘둘리게 만든다.
무수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환경, 그 자체는 이제 자유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자유는 단순히 많은 정보를 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세상은 반드시 흑 아니면 백으로 나뉜다는 친숙하고도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답을 스스로 찾아 나가는 과정이야말로 대인공지능 시대에 지지 않고 인간의 고유성과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저자 조지 G. 슈피로, 옮긴이 이혜경, 448쪽,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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