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해운사 HMM이 2년 만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암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잇따른 호재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 기자와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최근 HMM 이슈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22일)도 자사주 매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왔네요?
<기자>
네, 소폭 반등했지만 이번 호재로 계속해서 이런 흐름을 보일 지는 미지수입니다.
말씀하신 자사주 매입은 사실 새로운 소식은 아닙니다.
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했기 때문에 '진짜 하겠구나' 이런 기대감이 생긴 거죠.

HMM은 지난해 말 향후 1년 안에 2조5,000억원 규모로 주주 환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 배당금 총액이 5,286억원이거든요.
그럼 자사주 매입 규모는 최대 2조원 수준이겠죠.
<앵커>
주주 환원 규모가 2조5,000억원이면 상당히 큰 거 아닙니까.
<기자>
네, 다른 회사 같으면 당연히 호재 같지만,
더 깊게 들여다 보면 호재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HMM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현재 HMM은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체제 아래 있습니다.

HMM은 2016년부터 2020년 당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산은과 해진공을 상대로 전환사채(CB)를 발행했죠.
이게 총 3조5,800억원이나 됩니다.
최근이죠. 지난 17일에 마지막 남은 7,200억원 규모 영구채를 털어 냈습니다.
산은과 해진공은 현금으로 돌려 받을지, 아니면 HMM 주식으로 돌려 받을지 정할 수 있거든요.
그동안 주식으로 전환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율이 기존 67.05%에서 71.69%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번 주주 환원도 '울며 겨자먹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HMM 지분이 늘면 건전성 지표인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주식은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거든요. 지분율이 늘 수록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는 거죠.
BIS 규정상 특정 기업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면, 이 자산에 위험 가중치가 매겨집니다.
BIS 비율이 떨어지면 조달 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산은의 자금 공급이 상대적으로 힘들어지겠죠.
이번 주식 전환으로 BIS 비율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2조원을 웃도는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해 HMM이 산은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매입하도록 한 겁니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4% 내외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미 산은이 보유한 지분이 36.02%에 달하기 때문에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앵커>
정부가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겁니까.
<기자>
영구채에 대한 주식 전환권을 행사하면 그 규모 만큼 신주가 발행되거든요.
신주가 전량 산은이나 해진공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액 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될 수 밖에 없습니다. HMM 소액 주주 지분율은 23.14% 수준입니다.
여기에 HMM은 대주주 지분율이 70%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습니다.
이 지분을 전부 인수하려고 한다면 부담이 크죠.
게다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수해도 정부와 공동 경영을 해야 합니다. 눈치를 봐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지난해 HMM 매각이 무산된 것도 이런 점 때문이었습니다.

HMM을 인수하려던 하림그룹은 "과도하게 경영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매각하는 측은 "일정 부분 경영 감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결국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했고요.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은 사업 경쟁력까지 훼손하고 있는데요.
2024년 9월 기준 HMM의 현금성 자산은 약 15조원 수준입니다.
이를 활용한 투자도, 또 주주 환원 어느 쪽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HM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4,897억원에 달했는데요.
영업이익이 3조원이 넘는데도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PBR은 1배 미만(0.60배)입니다.
기업 주가를 장부상 가치로 나눈 게 PBR이죠. 1배보다 낮으면 주가가 기업의 장부 가치보다 낮다는 의미인데요.
HMM은 올해 들어 3월 7일까지 22.31% 상승한 뒤,
전날인 4월 21일까지 주가가 12.42% 내려 갔습니다.
역대급 실적에 미국의 중국 선박 규제 등 호재가 있어도 오히려 차익 실현만 자극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현금이 많아도 활용할 수가 없으니 저평가 됐다는 의미군요.
더 큰 문제는 업황일 것 같은데, 해운업은 어떻게 전망됩니까.
<기자>
해운업은 변동성이 매우 큰 산업으로 꼽힙니다.
이번에 실적을 잘 냈어도 다음에는 적자를 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업계입니다.
지난해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었고,
미국과 중국 구간의 물동량 증가에 따른 해운 운임이 강세가 호실적을 이끌었죠.

글로벌 해상 운임 수준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1370.58을 기록했습니다.
4주 만에 하락 전환한 겁니다. 올해 초 1월 3일 2505.17에 비하면 반토막이고요.
미중 갈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고요. 중국발 북미향 물동량도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HMM에 곧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 업계 대다수의 의견이었습니다.
당장 1분기부터 문제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198억원인데요.
지난해 3분기 1조4,614억원, 이어 4분기에는 1조1억원에 달했습니다. 올해 시작부터 급감하는 거죠.

이달 들어서 HMM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제시한 증권사 리서치 센터는 단 1곳이었습니다.
투자 의견을 제시하지 않거나, 중립을 제시한 곳이 대부분이었고요.
HMM은 해운업 변동성을 고려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기로 했죠. 노선 및 선박 다각화 등인데요.
전문가들은 산은과 해진공이 지분을 완전히 정리하지 않는 이상,
이런 노력도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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