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공공배달앱' 할인지원 등 현금 지원형 사업 예산 2조원 가량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가 밝힌 추경의 목적인 경북 산불과 무안공항 참사 등 재난 대응에는 산림 소화헬기 예산이 900억원만 반영되는 등, 지나치게 적은 금액이 배정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배달앱 할인 지원 사업'에 650억원을 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배달특급' 등 각 지자체가 개발한 공공배달앱을 통해 2만원 이상을 3회 주문하면 1만원을 할인해주는 사업이다.
식품업계에선 배달특급 등 공공배달앱이 출시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배달의 민족' 등 민간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사실상 '완패'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배달특급은 작년 5월 기준 어플 이용율이 1%대를 넘기지 못했고, 운영사업자인 경기도주식회사는 지속적인 적자 끝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연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자에게 사용한 카드소비증가액(전년대비)의 20%를 최대 30만원까지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상생페이백'에도 1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해당 사업은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어려워진 코로나19 시기 이후 몇 차례 편성된 바 있지만, 이번 사업은 지원 대상 사업자를 구분하고 소상공인별 전국민 소비지출액과 대조하는 등 절차가 이전보다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기재부 내부에서도 해당 사업에 따른 환급이 연말에나 실시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축산물을 구매할 때 매주 1인당 1만원(전통시장은 2만원)까지 할인하는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엔 500억원이 편성됐다. 해당 사업은 오히려 농산물 가격을 인상하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2021년 발행한 '할인지원사업 효과분석' 보고서에서 "사업이 농축산물 가격을 증가시켰다는 통계가 도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반면 이번 추경이 주요 계기 중 하나인 재난 대응 사업엔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은 경북권 산불 당시 초기 진화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된 산림헬기 부족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산림헬기 6기를 신규 도입하고 운영하기 위한 예산 986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현재 정부는 산림헬기 50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중 30대가 생산 후 20년이 초과한 노후 헬기다. 실제로 경북권 산불 당시 전국적인 산불에도 진화에 투입되지 못한 헬기는 8대에 달했고, 2013년부터 2023년 사이 산불 진화 중 10대의 헬기가 추락해 16명이 사망했다.

천하람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추경을 통해 예정된 신규 헬기 도입은 6대에 그친 반면, 지금 당장 가동 불가한 헬기는 8대"라며 "가동 불가 헬기 숫자만큼도 신규 헬기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12·29 여객기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에 대응하기 위한 일반공항시설관리 예산도 223억원만 증액될 예정이다. 전국 공항 특별안전 점검 결과 여수와 사천, 포항경주 등 6개 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중 무안, 여수 공항만 기존 둔덕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천 권한대행은 "이번 추경은 8조1,000억원에 달하는 국채를 발행해 재정준칙 한도(3%)를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성장률 제고 효과는 0.1%포인트에 그칠 전망"이라며 "그럼에도 추경을 한다면 재난대응과 소상공인 등 필수적 분야에 집중돼야 하는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현금 살포성 '정치 사업'에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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