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 중 처음으로 에쓰오일(S-oil)이 오늘(28일) 1분기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당초 어닝쇼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실적 악화가 더 심화되면서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왜 그런 건지, 앞으로 전망은 어떨지 산업부 성낙윤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성 기자, 에쓰오일 실적 부진의 이유가 뭡니까?
<기자>
우선 숫자부터 간단히 보고 넘어갈까요.
지난 1분기 기준 에쓰오일은 매출 8조9,900억원, 영업손실 21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크게 감소하진 않았지만, 4,5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오히려 200억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영업이익률을 계산해보면 -0.24%인데, 팔면 팔수록 적자가 심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정유사는 원유를 정제해 석유 제품용 원료를 생산하는데, 직격탄을 맞은 모습입니다.
급락한 유가도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8일 4년 만에 최저치(배럴당 59달러로)로 하락한 뒤 60달러 선에서 등락 중인데요.
OPEC+(산유국연대체)과 러시아의 원유 증산이 예정된 데다, 미국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원유를 뽑아내며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진 겁니다.
유가가 너무 빠르게 떨어지면 정유사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원유에 대한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우울한 상황은 에쓰오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일 모레죠. 오는 30일 실적을 발표하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도 영업이익이 80%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이익이 전년 대비 50~80%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국내 정유사들이 모두 '경기 침체'와 '유가 급락'의 늪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앵커>
문제는 2분기부터 관세 여파가 산업 전반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텐데, 에쓰오일은 어떤가요?
<기자>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미국발 관세 폭격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쓰오일은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기관들이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해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하루에 10만~50만배럴까지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는데요.
다시 말해서, 현재 경기 불확실성이라는 부정 요인과 낮아진 유가라는 긍정 요인이 상존하는데, 부정 요인이 너무 압도적이라는 뜻입니다.
이번 콘콜에서 미국의 관세 여파에 대한 언급도 나왔는데요,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제품의 미국 직접 수출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정유와 윤활 제품의 경우 관세 대상이 아닌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석유화학 제품 트레이딩 상황에는 다소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관세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캐나다가 관세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캐나다산 원유가 국내로 들어오면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증권가는 "캐나다 원유의 아시아 수출량 확대는 전반적으로 아시아의 원유 가격 안정화에 도움이 될 이벤트"라고 진단했습니다.
<앵커>
내년이나 내후년까지 시야를 넓혀보면 어떻습니까?
<기자>
이 관점에서도 트럼프 리스크가 얼마나 잘 해소되느냐가 핵심입니다.
관세 협상 진전에 따라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안정된 유가를 바탕으로 수요가 회복되는 것이 필수라는 뜻입니다.
에쓰오일은 정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어서는 '순수 정유사'로 꼽힙니다.
정제마진이 개선되면 그만큼 수혜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9조원을 쏟아부은 '샤힌 프로젝트'의 완수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에쓰오일은 현재 울산에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를 조성하고 있는데요,
프로젝트 완료 시 석화부문 매출 비중은 기존 12%에서 25%까지 확대될 것으로 에쓰오일은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등락이 심한 정유 시황에 이전보다는 덜 휘둘리게 되는 겁니다.
현재 공정률은 이달 기준 65% 수준으로, 에쓰오일은 내년 하반기 계획 대로 공사를 마치고 내후년부터 '풀가동'에 들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완료와 20% 이상의 배당 성향을 통한 주주환원 균형을 맞춰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정지윤, CG 배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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