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 해킹 사고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유심 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자 지난달 25일 유심 무상 교체를 결정했다. 이에 유심 재고가 부족해져 이심(eSIM)이 대체재로 떠올랐는데, 스마트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이심 사용이 보편화되면 스마트폰을 더 얇게 만들 수 있다.
지난달 22일 해킹 사고가 알려진 후 하루에 이심에 가입하는 SK텔레콤 가입자 수가 그 전과 비교해 약 40배 증가했다.
유심은 물리적으로 단말기에 끼우지만 이심은 스마트폰 자체에 내장된 가입자 식별 모듈이다. 유심 재고가 부족해지자 유심 대신 이심으로 교체하는 이용자가 급격하게 늘었다.
SK텔레콤이 이심 '셀프 교체'를 더욱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간소화 절차를 마치면 이심 가입자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단순 교체 시 선택할 필요 없는 '가입 유형', '요금제 선택' 등 절차를 생략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선 중이며 이르면 금주 내 개선이 완료된다.
SK텔레콤은 "고객이 유심 교체를 원하면 유심 교체를, 이심으로 교체를 원하면 이심으로 교체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이심 이용자 증가가 반갑다. 소비자들은 얇고 가벼운 스마트폰을 선호한다. 삼성은 13일 역대 갤럭시 중 가장 얇은 '갤럭시 S25 엣지'를 공개할 예정이고 애플도 슬림 모델을 연내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심 사용이 보편화하면 유심칩이 들어갈 자리가 필요 없어져 제품을 더욱 얇게 만들 수 있고, 배터리 사용 시간도 소폭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제품을 얇게 만드는 데 있어 유심이 들어갈 공간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설계상 큰 장애"라며 "이 자리가 사라지면 배터리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심을 쓰면 유심을 쓸 때보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길어지고 슬림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터리 사용 시간이 체감할 정도로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이미 2022년부터 이심 사용이 보편화됐다. 개통이 쉽고 간편하다는 이점 때문이다. 이심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정의한 국제 표준이다.
국내에서 통신사들이 유심을 수익원 중 하나로 여기는 데다 고객이 유심 교체를 위해 대리점에 방문하면 부가서비스 등을 영업할 수 있어 이심으로 교체를 적극 권장하지 않아 도입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심은 지원하는 단말기가 아이폰의 경우 XS 시리즈 이상, 갤럭시의 경우 S23 이상으로 비교적 최신 기종으로 한정된다는 제약이 있고 기기에 내장돼 있어 기기를 교체시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또 스마트폰이 파손되면 이심을 이동할 수 없어 통신사 회선을 활용한 인증이 어려울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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