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한국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재성장률)이 2%도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기관에 이어 외국 기관까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대로 예상한 것이다.
12일 OECD가 최근 업데이트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서 OECD는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8%로 전망했다. 올해(2.02%)보다 0.04%포인트(p) 낮춰 잡았다.
잠재 GDP는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고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 가능한 최대 생산 수준이다.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으로 여겨진다.
최근 국내 기관도 잇따라 '1%대 잠재성장률' 분석을 내놓았다.
국회 예정처는 지난 3월 발간한 '2025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세라 내년에는 1.9%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KDI가 지난 8일 공개한 2025∼2030년 잠재성장률은 1.5%였다. 총요소 생산성 하락 등으로 2022년 당시 전망(2023∼2027년 2.0%)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추락하는 주된 요인은 인구 감소로 인한 고령화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투입, 자본 투입, 총요소생산성 등 3개 요소로 추정되는데 '노동 투입' 항목 감점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국 우선주의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분절 등 여파로 자본 투입도 감소세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총요소 생산성도 정체하는 모습이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자본 투입, 기술 발전이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생산가능인구·자본투자가 줄고 혁신에 의한 기술개발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해 유독 하락세가 가파르다.
2017∼2026년 10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 낙폭은 1.02%p(3.00→1.98%)다. 잠재성장률이 공개된 37개국 중 7번째로 하락 폭이 크다.
우리보다 낙폭이 큰 국가들은 튀르키예를 제외하면 체코, 에스토니아 등 경제 규모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튀르키예는 잠재성장률이 4%가 넘는 신흥국으로 분류된다.
선진국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중소국이나 신흥국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프랑스(0.92→1.04%), 이탈리아(0.03→1.22%), 스페인(1.03→1.74%) 등은 잠재성장률이 올랐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2∼2.4% 수준을 맴돌고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22년부터 5년째 미국을 밑도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 경제 기초체력의 저하는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 탄핵정국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0%대 성장 전망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잠재성장률이 똑같이 1%p 떨어졌다고 해도 선진국에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라고 말했
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