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50년간 미 군용기 4천대 수리
2030년 글로벌 군용기 시장 규모 68조원
미국이 군함에 이어 군용기를 수리할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국내 방산업체들의 사업장을 방문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특히 지난 50년 동안 미군기를 고쳤던 대한항공이 항공사가 아닌 방산기업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미 국방부 고위급 인사들이 방한해 대한항공의 MRO 센터를 둘러봤다고요?
<기자>
복수의 방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 국방부 고위 관료들이 올해 초 방한했습니다.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운용되는 미 군용기를 수리할 전담 MRO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서입니다.
방문단은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그리고 대한항공의 수리소를 차례로 들렀는데요.
사업장별 기술력 수준과 인력 규모를 확인하고 설비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이들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필리핀, 호주 등 우방국에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국방부는 앞서 동맹국들에서 무기를 고치는 현지 지원 체계, RSF 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는데, 연장선상인 겁니다.
한미 국방부는 이달 초 미 워싱턴 D.C에서 고위급 협의체 회의도 진행했습니다.
양측은 자리에서 군함에 이어 군용기 MRO 협력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높은 가성비와 빠른 납기를 내세운 K방산이 수리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한항공은 주로 여객과 화물 사업을 영위하지만 방산업체로도 유명한데요.
미군과의 협업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세 업체 가운데 인지도는 가장 낮지만 협업 가능성은 제일 큽니다.
전 세계 10위권 민간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지난 1975년 항공우주사업부 신설 이래 50년간 군수도 다루는 K방산 터줏대감입니다.
사업 비중은 여객과 화물이 9인 반면 군수가 1로 크게 못 미치지만 MRO, 드론, 위성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급성장 중입니다.
지난달에는 KAI를 꺾고 1조 원 규모의 다목적 헬기 'UH-60' 성능 개량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대한항공이 50년 가까이 MRO 분야에서 쌓은 트랙 레코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1978년부터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 군용기 약 4천 대를 고친 국내 최대의 MRO 사업자입니다.
김포와 인천, 부산 등 세 곳에서 MRO 센터를 운영 중인데, 김포는 중소형기, 인천은 중대형기, 부산은 기체에 색을 칠하는 페인팅에 각각 특화됐습니다.
특히 인천의 경우 글로벌 방산, 항공우주 품질 인증 등을 받은 국내 유일의 기지로 우리 군뿐만 아니라 미군도 쓸 수 있을 만큼 최첨단 시설입니다.
대한항공은 5,800억 원을 투자해 인천 기지를 아시아에서 가장 큰 MRO 단지로 확장 중입니다.
내후년 준공되는데, 가동 시 기지에서 수리할 수 있는 엔진의 대수는 연 100대에서 360대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앵커>
세계 최고의 군사력인 미국이 군함에 이어 군용기 MRO까지, 우리에게 손을 뻗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미국은 그동안 군함이나 군용기 등이 고장 나면 대부분 미 본토로 이송해 수리했습니다.
하지만 현지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드는 비용은 물론 시간도 늘어나 부담이 가중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속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우 미국, 중국, 러시아가 각자 주도권을 쥐기 위해 대치 중인 곳입니다.
전력 공백이 어느 곳보다도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비용과 시간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RSF 정책을 펼치려는 거고, 다방면으로 검증된 K방산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지난해 말 개최한 국제 MRO 행사에서 "대한항공의 미군기 수리 프로젝트가 교과서와 같다"라며 높게 평가했습니다.
업계에서는 RSF만 잘 활용하면 오랜 기간 대형 일감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 중입니다.
올해 글로벌 군용기 MRO 시장 규모는 57조 원 정도인데, 오는 2030년이면 68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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