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부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엔비디아가 이번 미중 협상의 가장 큰 수혜주라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네. 사실 반도체는 이번 미중간 일시적 관세 인하 유예 합의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습니다. 이미 PC와 서버, 반도체, 스마트폰 등은 지난달 초 상호관세 예외가 적용됐었죠.
대신 시장이 확인한 건 불확실성의 해소입니다.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강화되면서 엔비디아실적이 타격을 입기도 했잖아요. 성능을 제한한 중국용 GPU 수출이 거부되니, 규제를 준수한 새로운 칩을 만들어 수출하겠다는 게 엔비디아의 계획입니다.
1년만에 5%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 가운데 14%가 중국에서 나옵니다. 중국 시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죠.
중국과 대화가 가능하기에 이런 제재도 협의가 될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엔비디아의 중국 활로가 확장되면 우리 기업들, 특히 삼성전자의 HBM 공급망도 확장될 가능성이 커지는 건가요.
<기자> 네. 엔비디아가 이르면 7월 중국용 H20의 저사양 모델을 출시할 거라는 전망입니다.
미국의 제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HBM 직접 수출을 하지 못 합니다. GPU 패키징 상품으로만 나갈 수 있는데, 삼성의 경우, 초기 H20에 HBM3를 공급했다고 알려져 있죠. 아직 엔비디아의 신규 저가 AI칩에 어떤 HBM이 활용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삼성에게도 HBM 공급 확대 기회가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당장 HBM 보다 더 중요한 건 전반적인 메모리 업황 개선 속도입니다. 미중간 무역 긴장으로 반도체 공급이 막힐까 우려하는 기업들의 메모리 반도체 조기 수요가 계속됐습니다. 그 결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 확인 됐죠. 마이크론이 이미 D램 단가 인상 단행했고, 삼성과 SK하이닉스 역시 가격 인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입니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 긴장 완화는 전세계 경기 위축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지난 트럼프 1기 당시 중국과 협상을 진행하기 까지 1년 반이 걸렸습니다. 이번 협상 진전 속도가 빠른 것은 관세 전쟁에 따른 두 국가 경제에 대한 타격이 꽤 크다는 걸 말합니다. 경기 회복은 미국 기술주 투자 증가로 이어지고, 이것이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시장은 반영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협상은 말 그대로 휴전이라고 표현하잖아요. 언제든 무역 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말인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서로 관세를 115%포인트씩 인하한 조치는 이달 14일부터 90일간 적용됩니다. 이후 방안은 추가로 협상을 진행해야 합니다. 고조된 관세 전쟁에서 한숨을 돌린 건 사실이지만 불확실성이 다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특히 반도체는 미국의 별도 품목 관세 발표도 앞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반도체 관세 설정을 위해 전세계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도의 기술주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품목 관세는 더 조심하는 모습인데요. 이와 별개로 개별국가들과의 관세 협상도 지켜봐야 합니다.
특히 동아시아국들에게 환율 절상 압박이 실제로 가해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트럼프는 달러 약세를 유도해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려 합니다. 특히 반도체 강국인 대만(6위)과 한국(8위)은 대표적인 대미 무역흑자국입니다.
달러로 결제하는 반도체는 환율이 오르면(달러가치 상승) 단기적으로 수혜를 입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환율이 5% 오르면 당기손익(법인세 차감전) 3,652억 원이 늘고, 떨어지면 반도체는 그만큼 손실을 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 2분기 각각 3조 원대, 8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둬 업황 개선을 반영할 예정입니다. 미중 무역전쟁 휴전에도 우리 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줄 리스크를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