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신속통합기획’이 현장에서는 공사비 부담과 제도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치솟는 공사비, 비현실적인 공공기여 산정, 일관성 없는 정책 운영 등으로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구조에서는 제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임대주택 기부채납의 경우, 실제 공사비는 3.3㎡당 1,000만 원이 넘지만, 시가 인정하는 가치는 341만 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같은 품질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원가에도 못 미치는 보상만 제공되면 사업자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태희 연구위원은 "무작위 배정 방식으로 ‘내 앞집이 임대주택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생기고 공공임대는 주민 설문에서도 기피도가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 대신 현금으로 납부하고, 해당 재원을 낙후 지역 기반시설 확충에 활용하는 ‘교차보전’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 발표를 비롯해 이날 세미나에서는 신속통합기획 활성화를 위한 서울시의 역할(이윤홍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신속통합기획 사업성 개선을 위한 개발계획 수립(박권희 원양건축사사무소 대표), 공사비 인상에 따른 신속통합기획 건설사 참여 조건(장명관 포스코이앤씨 그룹장)의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장명관 포스코이앤씨 도시정비전략그룹장은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수익을 냈다는 실질 사례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층 아파트로 계획이 유도되는 구조인데, 이 경우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그에 따른 공사비와 금융비용도 함께 증가한다”며 “이런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한 제도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은 조훈희 고려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됐다. 패널로는 안승상 DL이앤씨 도시정비사업팀 강남사업소 소장, 박성하 현대건설 압구정재건축 영업팀장, 김태수 GS건설 도시정비사업1팀장, 오영석 대우건설 도시정비사업팀장이 참석했다.
안승상 DL이앤씨 강남사업소 소장은 “신속통합기획은 현장에선 ‘심통기획’으로 불릴 정도로 불만이 크다”며 “공공관리제 등 과거 정책과 마찬가지로 회전문식 대증요법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통합심의를 통해 절차를 단축하겠다지만, 실제론 부서 간 핑퐁만 반복되고 있다”며 “실질적 통합 조율 역할을 할 코디네이터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 항목에 대한 명확하고 입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기준은 현장 실행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주민 수용성과 관련해서는 “조합과 조합원 간 정보 격차로 확증편향이 확대되는 구조”라며 “유튜브 등 매체를 통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하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압구정재건축영업팀장은 “신속통합기획은 도시계획 및 건축심의 단축이라는 측면에서는 효과가 분명하다”면서도 “사업성 개선 효과는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 팀장은 “한강변 주요 단지는 이미 특별건축구역으로 용적률 300%를 확보한 상태”라며 “신통기획의 실질적 인센티브는 제한적이고, 오히려 기부채납 부담만 커졌다는 인식이 현장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또 “입안 제안부터 수권소위원회 개최까지 평균 1년 이상 걸리는 상황에서, 조합 집행부는 주민 불만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며 “서울시가 진정 제도 실효성을 높이려면 후속 행정 절차의 병목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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