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내달 1일부터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EU와 관세협상이 한 달 넘게 진전이 없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그들과의 협상은 아무 진전이 없다"며 "EU에 6월 1일부터 곧장 5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게시물은 브뤼셀 시간으로 이날 오후 5시 30분으로 잡힌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전화 통화를 약 4시간 앞둔 시점에 올라왔다.
통화 일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 게시물이 올라오기 전에 결정됐다고 EU가 밝혔다.
이날 통화는 최근 미국이 관세협상 개시 후 처음 EU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은 입장문을 전달하고, EU가 수용 의사가 있는 추가 타협안 목록을 담은 입장문을 발송한 이후 처음 성사된 것이다. 양측 입장문은 요구 내용에서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절충점을 찾기 위해 무역수장 간 전화 통화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한 경고를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이 관련 질의를 하자 EU가 통상 관계에서 미국을 악용했다고 주장한 뒤 "이제 내가 아는 게임 방법으로 게임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관세 유예기간인 90일 이내에 협상하길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협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협상 (내용을) 정한다. 그것은 50%"라고 주장했다.
EU는 입장문에서 에너지 등 전략적 부문에서의 미국산 구매 촉진, 5G·6G 통신 협력과 반도체·철강·자동차 부문에서의 협력 강화 등을 제안했다.
앞서 자동차 등 모든 공산품에 대한 상호 무관세와 민감도가 덜한 농산물 품목에 대한 미국산 수입 확대도 제안한 상황이다.
다만 미-영국 간 합의처럼 기본(보편)관세 10%를 유지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양측 무역수장간 전화 통화가 이뤄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이날 오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EU-미국 무역은 독보적(unmatched)이며, 위협이 아닌 상호 존중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50% 관세 경고에 EU 차원의 첫 공식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EU는) 양측 모두에게 맞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면서 "집행위는 계속해서 성실하게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네덜란드 등 EU 회원국들은 집행위의 협상 접근 방식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경고대로라면 당장 약 9일 뒤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미국이 최근 '일시 휴전'에 합의한 중국보다도 높은 관세율 카드를 EU에 꺼내자 당황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과 회담을 갖고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낮췄다.
유럽 대형주 지수 유로스톡스50은 전날보다 1.77% 떨어진 5,328.65포인트에 거래를 마치는 등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EU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별 상호관세 90일 유예 결정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미국 철강관세 대응 차원에서 시행하려던 보복관세 계획을 7월 14일까지 90일간 보류했다.
지난 9일에는 협상 불발에 대비해 미국 10% 보편관세, 자동차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최대 950억 유로(약 150조원) 상당 미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보복조치를 준비하기 위한 회원국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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