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사망한 세계적인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에 대한 살인 혐의 재판을 담당하는 아르헨티나의 법관이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배우처럼 출연한 것이 드러나 현지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판사는 훌리에타 마킨타시(57)로 마라도나 사건 재판부에 속한 3명의 법관 중 한 명이다.
마라도나는 2020년 11월 뇌수술을 받고 자택에서 회복하던 중 심부전과 급성 폐부종 때문에 60세에 세상을 떠났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당시 마라도나를 집에서 치료하던 의료진들이 제대로 된 조처를 하지 못했다고 보고 7명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공판은 지난 3월 시작됐다. 마킨타시 판사는 이 기간 마라도나 사망 사건 재판 전반을 다룬 '신성한 정의'(Justicia divina)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몰래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콘텐츠 일부를 예고편처럼 편집한 1분 분량의 티저 영상이 공개되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여기에는 마킨타시 판사가 법원 내부로 보이는 건물을 이동하며 마치 배우처럼 사무실 책상 너머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담겼다.
중간중간 마라도나 사망 사건과 관련 내용도 빠르게 편집돼 지나간다.
검찰과 피고인, 마라도나 유족 등은 마킨타시 판사의 품위 유지 위반과 공정성 훼손을 지적하며 강하게 비판했다고 현지 일간 라나시온은 보도했다.
마라도나 재판을 주요 뉴스로 다루는 언론들도 비판에 나섰다. 여론 역시 "재판을 리얼리티쇼로 전락시켰다"며 법관 탄핵을 요구 중이다.
일간 클라린은 사법부 내에서도 마킨타시 판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대법원은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 산이시드로 형사법원의 마킨타시 판사에 대해 90일간 휴직 명령을 내리고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고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밝혔다.
또 아르헨티나 법원은 마킨타시 재판부에서 진행한 공판을 무효화하고 모든 심리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고 TV방송 토도노티시아스는 보도했다.
검찰에서도 별도로 형사 처벌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명문대 중 하나인 아우스트랄대는 마킨타시 판사 강의를 폐쇄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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