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에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열차 안에 있었던 김모(24)씨는 사건 이튿 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불안감'을 호소했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지하철을 타는 순간 사람들 소지품부터 보게 되고, 조금만 소리가 나도 예민해지고…."
뮤지컬 배우인 김씨는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온 후 지하철 운행이 재개되자 열차에 다시 탑승해 이동했다고 한다. 지인이 데려다준다며 동행해줘 용기를 내봤지만, 두려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다음날인 이날 출근길에는 지하철을 타지 못해 버스를 타야 했다. 평소보다 편도 30분 이상 돌아가야 했지만 불안함과 두려움이 여전한 그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김씨는 "차내 방송을 들은 적도 없고, 시민 판단으로 수동으로 문을 열어 탈출했다. 저는 너무 놀랐는데 응급처치만 하고 가버린 뒤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잠도 못 자고 악몽을 꿔 정신과를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화재 당시 기관사가 안내방송을 했지만 열차 내가 너무나 소란스러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는 화재 발생 직후 시민들이 침착하게 대처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열차 안 시민들은 수동으로 전동차 문을 열고 내렸고, 하차가 힘든 어르신이나 여성들은 건장한 남성들이 내리는 것을 도와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연기가 자욱해지며 아수라장이 벌어지니 어떤 분이 '집중해주세요'라 말하고, 다른 아저씨도 침착하게 한 명씩 말하자며 상황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김씨와 일부 시민들은 역 직원 등의 안내 없이 마포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 소방대원들이 구조활동을 위해 터널 내부로 하나둘 들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이 화재는 방화에 의한 것으로 경찰은 전날 오전 9시 45분께 방화 용의자인 60대 남성을 여의나루역 근처에서 현행범 체포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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