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변경·라벨 제거…"2030년, 플라스틱 50%↓"

제주에는 매년 대청호가 하나씩 생긴다. 1년 간 제주도에 내린 비나 눈으로 생긴 지하수 16억 톤이 대청댐의 저수량(14억 9천만 톤)을 웃돌기 때문이다. 수자원이 이렇게 풍부함에도 삼다(三多)에 물은 없다. 제주가 물 관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먹는샘물 삼다수를 운영하는 제주개발공사에게 있어 물은 돈이다. 물을 사 먹는 시대에 올라탄 공사는 27년 간 연평균 14%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기준 먹는샘물 음용 비율은 34.3%. 2018년 1조 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2024년 3.2조 원으로 커졌다. 공장이 매일 뽑아 올리는 물의 양은 6만 4천 톤. 이렇게 물을 물 쓰듯 써도 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바꿔 말해 지속가능한지 여부가 이곳에도 불어 닥쳤다.
연간 10억병을 생산하는 물 공장의 정수시설은 그리 크지 않다. 이유는 물이 워낙 깨끗해서. 제주시 조천읍의 제주개발공사 삼다수 공장 면적은 7만 9천㎡다. 2만 4천 평. 3곳의 취수원에서 10개의 구멍을 통해 물을 뽑는다. 한 해에 최대 165만 6천 톤까지 가능하다. 4개의 라인에서 연간 100만 톤의 먹는 샘물을 생산한다. 공장이 워낙 많은 양의 물을 긷는 데다, 전반적인 지하수 사용량 역시 늘어나는 상황. 지역주민과 개발 주체 사이의 갈등이 반복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샘물개발에 따른 영향조사를 강화했다. 개발 절차도 입법을 통해 명문화했다. 취수정의 수위가 떨어지지 않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도 의무화했다.

삼다수의 지속가능에서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축, 물을 담는 용기, 플라스틱이다. 당장 가능한 건 무게 줄이기였다. 물병의 어깨힘을 빼는 것도 방법이었다. 직각 어깨를 사선 디자인으로 바꿨다. 라벨도 마찬가지. 당장 ‘내가 삼다수’라는 명찰을 붙여야 쉽게 브랜드를 알리는 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라벨의 바코드가 없다면 결제는 어떻게 할지도 문제였다. 치열한 고민 끝에 연구진은 답을 찾았다. 상호 명은 병 몸통에 양각과 음각으로 새긴다. 바코드는 병뚜껑에 QR코드를 그려 넣는다. 라벨을 벗은 뒤 줄인 플라스틱 양은 560톤. 이처럼 삼다수는 각고의 다이어트 끝에 5년 간 플라스틱 사용량 16%를 도려냈다.
다음 단계는 재생원료 확대다. 고순도 플라스틱에 친환경 재료를 섞는 방식이다. 재생원료 10% 수준 제품은 안정성 확인을 끝냈다. 내년부터 판매에 들어가는 한편, 혼합비율을 30%까지 늘린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발생량을 2020년의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공사 스스로도 “꽤 도전적인 목표”라는 설명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유리병 생수’ 타당성 분석에 들어간다. 크기나 가격이나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작은 유리병을 택해 프리미엄화로 갈 수도, 80·90년대 주스병으로 시작해 보리차병으로 재활용 된 방식을 시도할 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플라스틱과의 결별이라는 또렷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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