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내 반이민자 시위 확산 등 내부 혼란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무역정책과 관련한 미중간 협상 진전 기대로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폭락했던 테슬라는 양측간 화해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주요 7개 종목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현지시간 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09% 오른 6,005.88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31% 상승한 1만9,591.24를 나타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11포인트 내린 4만2,761.76에 장을 마감했다.
● 6시간여 줄다리기 협상…무역 규제 완화-희토류 해제 관건
런던에서 진행된 미중 1차 무역협상이 이날 6시간 넘게 계속된 후 종료됐다. 지난 제네바 협상과 마찬가지로 양측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지만, 시장은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협상에는 미국 측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가 참석했고, 중국 측에서는 허리펑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끌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협상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팀에게 제트엔진과 기타 제품에 대한 수출제한을 완화할 권한을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루트닉 장관이 지난 5월 제네바 협상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포함된 것은 수출통제를 담당하는 상무부의 역할 확대를 의미한다.
협상 후 베센트 재무장관은 "좋은 회의였다"고 평가했고, 루트닉 상무장관은 논의가 "유익했다"고 말했다. 반면 허리펑 부총리는 별다른 언급 없이 자리를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투자 라운드테이블’에서 “중국과 잘 지내고 있지만, 쉽지 않다"면서도 "좋은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케빈 해셋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합의될 경우 즉시 미국의 모든 수출통제가 완화되고, 희토류가 대량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중국이 4월부터 7개 희토류에 대한 수출을 제한해온 상황에서 미국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받자 미국측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지난 5월 전년 동기 대비 34.5% 급감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한편 지난 주말 미 서부 로스엔젤레스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 진압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간의 정치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반대에도 2천명의 주방위군 투입을 명령했는데, 향후 위헌 여부를 두고 양측간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로 31명이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알파벳 산하 웨이모가 운영하는 자율주행 택시 5대가 전소되는 등 파장이 이어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둔화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제도가 매달 진행하는 단기 기대인플레이션 설문에서 1년 전망은 3.2%로 4월보다 0.4%포인트 내렸고, 5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2.6%로 0.1%포인트 낮아졌다. 식품 가격은 2023년 10월 이후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으나 가솔린 등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전체 물가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에 따르면 선물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현행 연 4.25~4.50%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고 있다. 이번주 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주 중반 연달아 공개될 예정이다.

● 트럼프 향해 "훌륭한 정책"..투자 지원책 참여한 미 주요 기업 CEO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투자 라운드 테이블'엔 마이크로소프트, 골드만삭스, 서비스나우, 델 테크놀로지, 우버, 로빈후드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자리를 메웠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도 서면을 통해 "훌륭한 정책"이라고 추켜세웠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부터 2028년 사이에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에게 1천달러를 지원해 향후 최대 5천달러까지 추가해 미국 주식시장 인덱스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안을 이번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법안과 관련한 논란에도 7월까지 통과시키기 위해 현재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형 기술 기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기업은 테슬라다. 지난 주 감세안을 둘러싼 일론 머스크 CEO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공개적 갈등으로 한 주 만에 27% 이상 급락했던 주가가 4% 가량 반등했다.
일론 머스크는 주말 동안 트럼프를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에 연루시켰다는 폭탄 발언과 트럼프 탄핵 지지 게시물을 삭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금요일 저녁 이후 에어포스원에서 열린 간이 기자회견과 이날 투자 라운드테이블에서 연달아 머스크에게 안부를 전하는 등 달라진 발언을 꺼냈다. 지난주까지 “그냥 미쳐버렸다”며 원색적 비난을 하던 것에서 크게 달라진 모습니다.
하지만 월가 투자기관들은 여전히 최고경영자 리스크를 들어 부정적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베어드가 이날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고, 아거스 리서치도 "정치적 요인이 기업 펀더멘털을 압도하고 있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엔비디아는 각국 정부와 협의 확대에도 이날 큰 상승을 보이지는 않았다. 런던 테크 위크에 참석한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와 함께한 무대에서 영국을 "투자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라며 파트너십을 맺어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AI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엔비디아는 새로운 '영국 주권 AI 산업 포럼' 설립과 함께 클라우드 업체들의 블랙웰 GPU 칩 배치 약속을 발표했다.
● "내년에 선보이겠다"…애플, AI 전략 연기 공식화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은 이날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리퀴드 글라스 인터페이스와 AI 모델의 외부 개방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시리(Siri) 음성 어시스턴트 업그레이드가 별다른 기술적 진전없이 내년으로 지연된다는 소식으로 주가는 1% 가량 하락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높은 품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이날 기술적 진전보다 ‘리퀴드 글라스(Liquid Glass)’로 이름 지은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를 공개하고 오는 9월 전 제품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투명한 볼록 렌즈 형태를 가진 아이콘으로 향후 비전 프로 등 증강현실 제품들의 인터페이스를 염두에 둔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다. 또한 오픈AI의 대규모언어모델인 ChatGPT와 통합을 통해 이미지 생성 기능과 실시간 번역 등의 기능을 탑재했다. 다만 이러한 기능은 구글이 삼성전자와 함께 공개한 인공지능 기술에 비해 1년 가까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새로운 아이폰에 대한 수요 약화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 UBS에 따르면 미국 내 아이폰 소비자 가운데 향후 구매 의향을 밝힌 비중이 약 17.5%로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T모바일은 최고경영자 마이크 시버트가 돌연 중도 사임할 수 있다는 로이터 보도에 3.22% 하락했고, 로빈후드 마켓은 지난주 S&P500 지수 편입 기대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관련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아 실망 매물로 인해 1.9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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