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9일 열린 제10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용산전자상가지구 나진상가 12·13동 일대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계획결정안’을 수정가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계획안에 따르면 나진상가 12·13동이 최고 27층 신산업 업무용 빌딩으로 다시 태어난다. 용산역과 연결돼 있어 전자상가의 관문 역할을 하는 나진상가가 대규모 개발의 스타트를 끊는 셈이다.
용산전자상가는 1985년 정부의 전기·전자 업종 육성 정책에 따라 조성됐다. 이후 1990년대에는 집집마다 컴퓨터가 보급되며 황금기를 보냈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도 이 시기 한국에 올 때면 용산전자상가를 자주 들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컴퓨터 뿐 아니라 게임기, 워크맨·MP3 등 음악 플레이어가 인기를 끌며 90년대 말엔 하루 유동인구가 10만명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쇼핑몰이 생겨나자 상권이 급격히 쇠락했다. 용산구에 따르면 나진상가의 평균 공실률은 2017년 23%에서 최근 90% 수준까지 급증했다. 전자제품 도매상 등 업종이 제한돼 있어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도 못해 지속적으로 노후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이에 서울시는 2023년 전자상가 일대를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해 AI·로봇 등 신산업 중심지로 바꾸겠다는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신산업 테크기업과 주택, 녹지를 한 데 어우러지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상가 중 처음으로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나온 곳이 나진상가 12·13동이다. 11개 상가로 구성된 용산전자상가는 개별 가게들이 공유 지분을 갖고 있는 곳들이 많아 소유관계가 복잡한데, 나진상가는 나진산업, 현대 엘리베이터 등 소유구조가 간결해 가장 먼저 구체적인 개발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나진상가는 지하 8층~지상 27층 규모의 업무용 빌딩으로 재탄생한다. 상업지역으로 용적률 800%를 받아 144m 높이로 지어지는 만큼 AI 등 신산업 용도 오피스, 상가, 오피스텔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녹지가 부족한 용산역 일대를 고려해 빗물을 저장해두던 유수지 상부도 공원으로 만든다. 빌딩 주변 역시 녹지를 채워 시민들이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반기 중 건축 인허가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추후 용산 국제업무지구와도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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