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자동차 업계가 수입차 25% 관세 직격탄을 맞았지만 일단 가격을 올리기보단 인센티브 인하, 배송비 인상 등으로 우회 대응하는 모습이다.
가격 인상을 단행해 맞을 역풍을 피하면서도 기업의 관세 부담을 최대한 낮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비관세 재고가 다 팔린 후에도 지금의 고율 관세가 유지된다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국 자동차 업계는 신차 인센티브가 하락하고 배송비는 상승하는 추세라고 11일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4월 신차 판매 인센티브는 평균거래가격(ATP)의 6.7%로 작년 여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가 전했다. 앞선 6개월 평균치는 7.4%였다.
신차 판매 인센티브는 완성차업체와 현지 딜러가 제공하는 혜택으로 단순 할인은 물론 캐시백, 저금리 금융 등을 포함한다.
세리 하우스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일단 완성차업체들이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식으로 관세에 대응한 뒤 하반기부터 신차 표시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일부 업체는 신차를 구입할 때 지불해야 하는 배송비를 40달러가량 인상했다고 자동차 거래·정보 사이트 에드먼즈가 밝히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현대차에 대해 "바닥 매트, 루프 레일과 같은 옵션의 운송비와 수수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가격 인상을 감행했다가 후폭풍을 맞을까봐 미국 자동차 업계가 우회적으로 대응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몇 년간 이미 자동차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신차 가격을 섣불리 올렸다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한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는 "완성차업체들은 은밀한 가격 인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감수하지 않고 수입차 25% 관세에 대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가 관세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히자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관세 비용을 '흡수'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
미국이 세계 각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자동차 관세도 조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최근 산업분석에서 "현재까지 차량 가격은 크게 상향 조정되지 않았다"며 "완성차업체들은 자동차 관세가 완화되기를 바라며 가격 정책을 보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완성차업체들이 관세 발효 전 비축했던 '비관세 재고'가 소진되면 가격 인상을 계속 미루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미국 자동차업체인 포드가 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3개 차종으로 최대 인상 폭은 2천달러(280만원)다.
일본 스바루도 일부 신차 모델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독일 BMW는 다음 달부터 2026년형 가격을 올릴 방침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이 관세 발효 전에 갖고 있던 현지 재고가 2∼3개월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이제는 가격을 인상할 시기가 됐다"면서 "관세 협상 상황과 시장 반응 등을 고려하며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