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 하락과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더해지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월 가계대출 급증은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신생아 특례 등 정책대출 조건 완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고가 주택 신규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더 빨라지고 있다.
대면·비대면 대출 신청이 급증하면서, 실제 대출 실행까지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하반기에도 영끌 열풍이 지속될 전망이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792억원으로, 5월 말보다 1조9980억원 늘었다.
이달 하루 평균 증가액은 1665억원으로, 작년 9월(+5조6029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지난달(1612억원)보다 많다.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포함) 잔액은 595조1415억원으로 12일간 1조4799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도 103조3145억원에서 103조9147억원으로 6002억원 늘었다. 하루 평균 신용대출 증가액은 500억원으로 5월(265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에서 정책대출 비중은 올해 초 56%에서 이달 28%로 줄었다. 5대 은행의 12일까지 주택구입 목적 신규 주담대는 3조114억원, 하루 평균 2510억원으로 5월(2318억원)보다 200억원 많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영끌이 절정에 이르기 전 수준에 근접한다.
정책대출은 담보주택 가격 9억원 이하 등 조건이 붙어 있어, 최근 고가 주택 대상 은행 자체 대출이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신용대출도 증가세다. 12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9147억원으로, 지난해 11월(104조893억원) 이후 최대치다. 마이너스통장을 제외한 일반 신용대출 잔액은 65조4019억원으로 1년 2개월 만에 최대다. 투자자예탁금도 62조9444억5700만원으로, 2022년 4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다.
대출 신청·접수도 급증하고 있다. A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는 1월 4888건, 1조1581억원에서 5월 7495건, 1조7830억원으로 늘었다. 6월 12일까지 4281건, 8261억원이 접수됐다. B은행도 1월 1조3120억원에서 5월 1조83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은행 자체 주담대 신청액은 7050억원에서 1조307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C은행은 지난달 비대면 채널 주담대 접수가 5000여건으로, 지난해 월평균(1800건)의 2.8배에 달했다.
은행에 접수된 대출 상당수는 1~3개월 시차를 두고 실제 집행될 가능성이 크다. 영업점에서도 대출 상담을 받으려면 1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미리 대출을 신청하거나, 하반기 금리 인하와 주택 가격 상승 기대에 따라 상담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 관련 브리핑에서 "6월엔 분기 말 매·상각이 있어 기술적으로 가계대출 숫자가 높게 나오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5월 주택거래량이 현재 추세로 미뤄 3월보다는 적고 4월보다는 조금 많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2∼3개월 시차를 고려할 때 7∼8월까지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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