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주째 이어진 공습으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이란에서 반이스라엘 정서와 반정부 정서가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의 분노는 이스라엘에도 향하면서 여론이 분열된 양상이다.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20대 이란 청년들은 하메네이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려고 국민을 위험에 내몬다고 비판했다.
타라(26)는 이스라엘이 공습 전에 대피 경고를 내릴 때, 당국이 인터넷 접속을 차단해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사망자가 늘어나도록 한다"고 말했다. 또 "검문소와 톨게이트를 설치해 일부러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사람들이 공격 표적이 된 지역에 머무르게 한다"고 비난했다.
시마(27)는 "이스라엘이 빨리 일을 끝냈으면 한다"며 "그들이 우리를 혁명수비대, 하메네이, 아야톨라들(종교 지도자들)의 위협에서 해방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아미르(23)는 "이스라엘을 100% 지지한다"며 "하메네이 정권은 우리를 거리에서 죽였다. 우리의 삶을 짓밟아온 자들이 두려움에 떠는 걸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이는 2022년 '히잡 시위' 당시 마흐사 아미니 사망 사건을 계기로 벌어진 대규모 시위를 언급한 것이다.
반면, 또 다른 청년들은 이스라엘에도 분노와 우려를 드러냈다.
2022년 시위 도중 구금됐던 나비드(25)는 "이스라엘은 일반 시민도 죽이고 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이슬람 공화국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리야(26)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국민들은 정권의 탄압에 맞서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이란 사람들이 시위에 나서지 않는 것이 그 발언에 대한 반응"이라고 했다. 아레주(22)는 "네타냐후가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일을 봤다"며 "두 악마(하메네이와 네타냐후)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처지 같다"고 말했다. 미나(27)는 "이 정권이 사라지길 바라지만, 더 많은 폭탄과 죽음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