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기대감' 속 희비 갈릴 듯…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미국발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장기 실적부진을 겪는 가운데 주요 3사의 올해 2분기 실적은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이 '깜짝 실적'을 내놓았고 SK온도 적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업황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삼성SDI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탈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낙관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14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나온 증권사 실적 전망(컨센서스)을 집계한 결과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1천19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작년 동기(-458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간을 넓혀 보면 최근 3개월 내 컨센서스가 1천432억원 적자, 2개월 내는 1천295억원 적자였던 데 비해 적자 예상치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2분기 컨센서스 대비 적자 폭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며 "정유 부문이 부진하겠으나,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자동차(EV) 판매 호조로 배터리 손익이 1천610억원 적자로 1분기 2천993억원 적자 대비 크게 개선되는 것이 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SK온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 EV 전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현대차 메타플랜트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 시리즈, 기아 조지아 공장의 EV6, EV9 등의 판매가 지난 4~5월 크게 증가하면서 2분기 배터리 공장 가동률도 크게 개선됐다.

생산량이 올라가며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도 1분기 1천708억원에서 2분기 2천600억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BNK투자증권은 추산했다.

9월 EV 구매 보조금 종료를 앞두고 선구매 수요가 3분기에 반영될 것으로 관측되어 3분기에도 배터리 공장 가동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배터리 적자가 3분기에는 1천억원 수준까지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미국 EV 시장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판매 호조의 직접적 수혜로 배터리 손익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SDI는 2분기에도 '어닝 쇼크'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인포맥스의 최근 1개월 내 삼성SDI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천593억원 적자로, 전년(2천802억원)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개월 내 컨센서스가 1천899억원 적자, 2개월 내는 2천254억원 적자였기에 적자 예상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SDI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연구원은 "당초 올해 실적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했던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미국 수출 과정에서 관세 불확실성에 노출됐다"며 "EV용 중대형 전지는 고객사 내 점유율이 축소한 데다 신규 수주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고객사인 BMW와 스텔란티스의 EV 판매도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SDI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회수 DB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AMPC를 포함해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추정한다"며 "실적 부진이 길어지는 어려운 구간"이라고 말했다.

강동진 연구원은 "하반기 역시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는 불확실성이 크다. 의미 있는 반전의 시기는 2027년이 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일시적 실적 호조에 안주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K-배터리 산업 재도약을 위해 전방 수요 회복, 신규 응용처 확대, 정책 지원 등 다각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