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드론 공격을 막는다는 명분 아래 전국적으로 모바일 데이터를 차단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일상까지 불편을 끼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은 최근 2개월간 러시아 주요 도시를 비롯한 시베리아, 극동 지역까지 와이파이와 모바일 데이터가 차단되거나 속도가 크게 느려지는 현상이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카드 결제, 택시 앱, ATM은 물론 내비게이션 앱도 작동이 멈췄고, 일부 시민들은 운전 중 종이지도를 꺼내 들었다. 러시아 인터넷 자유 단체 '나 스뱌지'(연결 유지) 조사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80개 지역 중 73곳에서 모바일 데이터가, 41곳에선 광대역 인터넷이 차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지난 5월 전승절을 앞두고 각국 외교 사절이 모스크바에 도착하면서 시작됐고, 6월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공군기지 4곳을 기습한 이후 더욱 확대됐다. 러시아는 이를 '거미줄 작전'으로 명명했다.
보로네시에 사는 한 시민은 7월 초 "모바일 데이터와 와이파이가 모두 끊겼고, '동굴'에 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 직장에 가서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로스토프 출신인 걸 말하지 않고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신호 막대기 하나 뜬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는 거죠"라고 조롱했고, 해당 영상은 2주 만에 5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사르키스 다르비냔 '로스콤스보보다' 설립자는 "드론이 장난감처럼 어디서든 튀어나올까 러시아 당국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자유를 위한 단체 '액세스 나우'의 아나스타샤 지르몬트는 "이런 빈번한 인터넷 차단은 현대 사회에서 현실이 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접속을 차단했고, VPN도 정기적으로 막고 있다. 전문가들은 네트워크 차단이 군사적 효과보다 시민의 자유를 옥죄는 데 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