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의 경영평가가 '재무성과'에 과도하게 치중돼 기관의 공공 기여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재무성과지표 비중이 크게 늘어난 반면, 안전·재난관리나 윤리경영 등 사회적 책임 지표의 가중치는 줄면서 '공공성 확보'라는 공공기관 본연의 임무가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는 지난 2008년부터 기재부가 발간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기반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영 노력·성과를 평가하는 제도다.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 지급 여부 및 수준이 결정되고, 성적이 나쁘면 기관장 해임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을 점검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현재의 경영평가 제도는 본연의 공공성과 고유 임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보면 최상위 등급 '탁월'(S)을 받은 기관은 없었다.
등급별 기관 수는 '우수'(A) 15곳, '양호'(B) 28곳, '보통'(C) 31곳, '미흡'(D) 9곳, '아주미흡'(E) 4곳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이번 공공기관 평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발전회사 등이 포함된 에너지 공기업이 대거 A등급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공기업 32곳 가운데 A등급은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 등 5곳이 차지했다.
공기업 평가는 SOC분야, 에너지분야, 산업진흥-서비스분야 등 3개 군으로 묶어 평가하는데도 에너지분야 공기업에서 모두 A등급이 나왔다.
전년도 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한국전력공사는 A등급으로 올라섰고, 전년도 A등급을 받은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각각 B등급과 C등급으로 떨어졌다.

2024년도 평가편람에 따르면 전체 점수를 100점으로 뒀을 때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의 '재무성과관리' 지표 가중치는 14점이다. 과가ㅓ 문재인 정부 당시엔 1점이었던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또 주요사업 성과(55점)를 제외하면 '지배구조 및 리더십' 지표나 '안전 및 책임경영', '조직 운영 및 관리' 지표 가중치는 차례대로 9점, 11점, 11점으로 재무성과 가중치보다 작았다.
이 때문에 수익 사업 중심의 에너지 공기업의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근로복지공단 등 복지, 정책 집행, 산업진흥 등 비시장적 기능을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은 수익사업 위주의 공기업과 설립목적부터 재정구조, 운영 방식 등이 분명히 다르지만, '재무성과관리'의 가중치는 공기업(21점)과 마찬가지로 14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55개 준정부기관에서도 각 기관의 특성에 따라 유형을 나누고는 있다. 그러나 실제 결과를 살펴보면 산업진흥군으로 분류된 기관들에서 D·E등급에 해당하는 부진기관 비중이 31.25%에 달하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평가는 각각의 기관이 설립된 목적과 기능을 감안해야 하지만 지금의 평가제도는 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하기보다는 획일화된 재무성과의 영향력이 크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들 사이에선 경영평가 고득점을 위해 '수익성'과 '효율성' 중심의 사업이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확산돼 있다.
결국 이로 인해 공공서비스의 제공, 사회적 가치 실현 등 공공성이 약화되면서 국민에게 제공되는 공공서비스가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재무성과 지표를 강조하는 현행 경영평가 기준으로는 새 정부가 요구하는 다양한 공공 국책사업을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평가 기준은 국정 과제에 맞춰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공공성과 효율성의 조화를 중시하고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어 신재생에너지와 탄소 중립 등 윤석열 정부 당시 완화됐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기준이 다시 강화될 가능성도 높다.
준정부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공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지금이야말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근본 목적과 기관 본연의 가치를 충실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평가체계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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