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실천으로 1톤 가까운 음식물 절감

학교 급식실에서 매일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밥과 국, 반찬이 넉넉하게 준비되지만 일부 반찬은 배식되지도 못한 채 그대로 남는다. 식판에 올라가지도 못한 '준비식'이다. 그 많은 음식은 결국 음식물 쓰레기로 전락한다.
광명시 내 48개 학교에서 1년간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량은 무려 105만 6400kg, 약 1000t에 달한다. 이 중 상당량은 실제로는 조리만 됐을 뿐 누구도 손대지 않은 새 음식 '준비식'이다.
막대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있다. 광명시 광명자치대학 사회적경제학과 졸업생 9명이 만든 동아리 '사내기'다. 이들은 학교 급식 준비식을 도시락으로 탈바꿈시켜 지역 사회에 나누는 독창적인 사회적경제 모델을 만들고 실천해 주목받고 있다.
▲ "준비식이 900인분 도시락으로"
'사내기'는 광명자치대학에서 배운 '사회적경제'를 실천하기 위해 나섰다. 동아리 회장 이상희 씨(소하동)는 "배식도 되지 않은 채 버려지는 음식이 산더미 같다는 것이 놀라웠다"며 "버려질 새 음식을 지역사회를 위해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고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떠올린 아이디어는 학교 '준비식'을 지역사회를 위한 '도시락'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급식 트레이에 그대로 남겨져 버려졌어야 했지만 이를 작은 용기에 나눠담는다면 독거 노인, 장애인 가정, 한부모 가정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나눔 활동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광명시 내 광문중·고등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17차례 학교를 방문해 748kg에 달하는 준비식을 935개의 도시락으로 만들어냈다. 학교 급식은 매일 반찬 구성이 다른 만큼 제육볶음, 계란찜, 어묵꼬치 같은 다양한 도시락이 탄생했다.
배송은 광명시 마을냉장고를 통해 이뤄졌다. 광명마을냉장고는 기부할 음식과 식자재를 넣어두면 필요한 사람이 꺼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사내기의 준비식 도시락 활동은 금방 입소문을 탔다. 준비식 도시락 활동이 있는 날이면 마을냉장고 앞에 주민들이 모이는 건 예사였다.
사내기 활동에 참여하는 변건옥 씨(소하동)는 "혼자 거주하는 노인 1인 가구는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가 어렵다"며 "할아버지 한 분이 도시락을 받고 정말 밝게 웃으셨는데 가슴이 찡할 정도로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 지역 봉사도 입소문 타고…올해만 809kg 준비식 절약
사내기의 준비식 도시락 활동은 올해 더 확대되고 있다. 올해 2개 학교와 추가로 업무협약을 맺었고, 7월까지 18차례의 활동을 이어갔다.
노하우도 쌓였다. 지금까지 도시락으로 탈바꿈한 준비식만 809kg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의 실적(17차례·748kg)을 넘어섰다. 올해는 연말까지 64차례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1톤을 훌쩍 넘는 준비식을 아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활동 범위도 넓혀 올해는 지역아동센터 등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1회용 도시락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올해는 다회용기도 도입했다.
봉사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사내기 동아리 구성원은 9명이지만 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100여명이 넘는다. "호기심에 와봤지만 한번 나눔활동의 경험을 한다면 뿌듯함에 두 번 세 번 참여하게 된다"고 동아리 회원 임영란 씨(철산동)는 언급했다.
이들의 활동은 주민자치 활동의 우수사례로도 꼽힌다. 광명시 마을자치센터가 공모하는 '동상일몽 주민제안사업'에 지난해 첫 선정되며 활동을 시작했고, 연말에는 △경기마을공동체 우수사례(함께마을상) △광명시 마을자치단체 올해의 공동체로 선정됐다.
이미덕 씨(하안동)는 "기존에도 봉사에 대한 의지가 있어 지역에서 도시락 봉사를 했지만 지속가능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었다"며 "학교의 준비식과 연계해 봉사가 이뤄지다보니 '뭔가를 해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 "사회적경제,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
사회적경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 활동을 말한다. 사회적인 문제를 비즈니스 활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도다. 음식물 쓰레기 감축과 탄소 중립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준비식을 도시락으로 탈바꿈하는 활동'으로 해소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다. 동아리 활동이 100% 봉사활동으로 진행되는 등 경제적 부가 창출되고 있지 못해서다. 주민제안사업에 선정돼 연 400만원(지난해는 200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고정적인 활동으로 이어지기엔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실제 사내기 봉사자들은 개인 연차를 소진해 봉사에 참여하고, 개인 비용을 일부 부담해 활동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지자체나 ESG 경영에 관심있는 기업의 보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속가능성이 담보되긴 어렵다.
윤해숙 씨(철산동)는 "직장 퇴직 이후에 어떤 것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했는데, 우연한 계기로 사회적경제 활동에 동참하게 됐다"며 "한명 한명의 시민들이 모여 탄소 중립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다는 점이 뿌듯하게 느껴진다"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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